[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제주항공의 주가 하락으로 AK홀딩스의 제주항공 지배력 약화 우려가 제기된다. AK홀딩스가 보유 주식의 80% 가까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 주가 하락으로 담보유지비율 기준에 근접하거나 하회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경우 추가로 담보를 제공해 비율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마진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K홀딩스는 대출 상환을 통해 마진콜 이슈를 해소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동성 악화로 애경산업을 매각 했지만, 매각 자금을 기존 대출 상환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비우호적 영업환경 탓 적자전환…1년 새 주가 반토막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 3분기 말 누적 연결기준 매출 1조1053억원과 영업적자 1295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6%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799억원에서 마이너스(-)1028억원으로 손실을 기록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의 최대 규모다.
제주항공이 이처럼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주된 요인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항공기 임차료, 정비비 등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항공사간 출혈경쟁이 심화됐고, 수요 대비 공급이 과도했던 점도 실적 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여름휴가철이 껴 있어 성수기로 분류되는 올 3분기 여객 탑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포인트(p) 하락한 83%로 저조했다. 또 운임의 경우 국제선은 전년 동기보다 14% 가량 떨어졌으며, 국내선은 이보다 큰 폭인 15%의 단가 인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발생한 무안공항 사고 여파로 축소된 여객 공급 규모가 올 3분기 정상화된 만큼 고정비 부담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익성 회복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국제선 운임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원·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된다는 점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제주항공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11월 1만원을 넘보던 주가는 현재 반 토막 난 53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주항공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는 점은 불안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실제로 증권사들이 이달 내놓은 제주항공 리포트 4개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제주항공 목표주가를 기존 7000원에서 5500원으로 각각 낮췄으며, LS증권도 7600원에서 6000원으로 20% 넘게 내렸다. NH투자증권은 7500원에서 6200원으로 17% 하향 조정했다.
◆ AK홀딩스, 제주항공 보유지분 77% 담보로 대출…주가 하락 부담↑
문제는 제주항공 주가가 반등하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인 AK홀딩스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분 50.37%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다. 계열사 애경자산관리(3.22%)까지 포함하면 애경그룹의 총 지분율은 53.59%다. 하지만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는 보유한 제주항공 주식의 상당량을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실제로 AK홀딩스는 보유 주식의 77%인 38.65%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며, 애경자산관리는 기 보유 주식의 52%인 1.66%가 담보로 묶여 있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총 1550억원을 조달했으며, 애경자산관리는 50억원을 빌렸다. 세부적으로 ▲하나은행 ▲농협 ▲KB증권 ▲iM증권 ▲위비에이케이제일차에서 주담대를 실행했으며, 담보유지비율 이자율은 최소 5%에서 최대 6.3%다. 두 회사가 지불해야 하는 연간 이자비용이 각각 82억원과 3억원인 만큼 액면 상 이자 납부에 따른 부담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종의 '안전 마진'인 담보유지비율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채권자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집행하면서 주식의 가치가 대출 원금의 일정 비율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주가가 하락해서 담보비율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추가 담보를 요구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채권자가 원금 회수를 위해 반대매매(마진콜)에 나설 수 있다.
AK홀딩스의 담보유지비율은 120%에서 180%로 다양하다. 이 회사가 비교적 최근 계약을 연장하거나 대환한 주담대의 경우 이미 저평가된 주가를 담보로 제공한 만큼 주가 하락에 따른 여파는 크지 않다. 하지만 주가 상승 시점에 체결한 계약의 경우 지배력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표적으로 AK홀딩스가 가장 많은 대출을 일으킨 주담대는 2024년 2월 KB증권과 맺은 500억원 상당의 계약이다. 당시 제주항공 주가는 주당 1만1550원이었으며, 담보유지비율은 180%다. 일반적으로 담보유지비율이 높다는 것은 담보의 부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단순 계산으로 담보로 설정된 제주항공 주식 가치가 54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 주가를 대입하면 주식가치는 420억원으로, 82% 수준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거나 신용등급이 좋다는 이유로 담보유지비율 미충족에 대한 어드벤티지(혜택)이 있지 않다"며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추가 담보 제공을 요청하고,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마진콜을 발동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상환 여력 부족…애경산업 매각 대금도 우선 '재무정상화' 투입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을 상환할 여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말 별도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197억원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제주항공의 연간 영업이익이 내년까지 적자를 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AK홀딩스가 추가 담보를 제공할 경우 마진콜 이슈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제주항공 주식 중 담보가 잡히지 않은 주식은 약 23% 상당이다. 주담대의 경우 담보 가치의 최대 80%까지만 인정해 준다는 점에서 약 470억원 가량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애경그룹은 내년 2월 애경산업 경영권을 태광그룹으로 매각하며 4700억원 상당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지만, 제주항공 주담대 상환에는 쓰지 않을 계획이다. 이번 거래 대금은 AK홀딩스의 재무 정상화에 우선 투입된다. 현재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이 390%가 넘는 데다, 총차입금 규모 역시 3조1000억원으로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애경산업 매각 대금은 AK홀딩스의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수익 기반을 견고히 다지는 데 쓸 계획"이라며 "제주항공 영업환경의 어려움이 이어지면서 주가 부양이 쉽지 않지만, 당장 해당 주담대를 상환해야 할 이유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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