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의 금융회사 지정이 논의됐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금융회사로 분류될 경우 금융당국 제재에 따른 신사업 제한 우려가 제기된다. 거래소들은 당국과의 관계 관리에 한층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상자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집단의 국내외 규제 현황 파악을 위한 연구용역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내부에서 "두나무, 빗썸을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금융 규제를 적용하자"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는 "아직 규제 강화 등 정책 방향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복합기업집단법)에 근거한다. 법률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인허가를 받은 금융회사를 소유한 자산총계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수 있다.
현재 두나무와 빗썸은 자산 규모 면에서는 기준을 충족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인허가를 받은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법률상 지정 대상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논의는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소에 금융회사 수준의 건전성과 공시 규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서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금융사로 간주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아직은 논의 단계지만 만약 거래소가 금융회사로 분류될 경우 향후 신사업 추진 과정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금융사가 건전한 재무 상태와 함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회적 신용'을 갖춰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사회적 신용은 법률에 따라 여러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업무정지 등 중징계를 받을 시 라이선스 철회, 신사업 불허 등 조치를 받게 된다.
더구나 두나무와 빗썸은 현재 금융당국과 마찰을 겪고 있다. 두나무는 이미 지난 2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3개월의 영업 일부 정지와 임직원 문책 경고 등 중징계를 받았다. 현재 서울행정법원에 영업 일부 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 시 사회적 신용 미비로 신사업에 진출하는 데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빗썸도 호주 가상자산 거래소 스텔라와의 오더북 공유 절차 문제로 FIU의 현장검사를 받고 있다. FIU 측이 '절차 미비'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빗썸은 금융감독원의 권고에도 가상자산 레버리지 서비스를 강행하는 등 금융당국 기조와 여러 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금융사 지정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가 기존 금가분리(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원칙을 고수해 온 만큼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금융사로 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 회사는 금융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을 꾀하고 있다. 최대한 당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APEC에서 글로벌 금융 인프라 제공업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빗썸은 아예 '빗썸금융그룹'을 내세우며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실제 당국과 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 대표는 지난 10월 열린 경주 APEC에서 "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히며 갈등 봉합을 시사했다. 빗썸도 "금융당국 규정에 맞춰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당국 기조에 발맞추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권에 대한 정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담길 가능성이 높아 추진 가능성은 낮다"며 "금융사들은 일반적으로 고객 예치금을 자산총계에서 제외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를 포함해 자산 규모가 커졌다. 동일한 회계 기준을 적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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