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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재가 만든 공백…쇄빙선 시장판 재편 조짐
조은비 기자
2025.10.24 09:00:18
러시아 제재로 끊긴 빙해선 공급망, 한국 조선 3사가 기술·인프라로 대응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3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가 강화되면서, 러시아가 주도하던 쇄빙선·빙해 운항선박 시장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한때 북극 항로를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던 러시아의 쇄빙선 조선 체계가 제재로 멈춰 서자, 세계 해운·조선업계는 '공급자 공백'에 직면했다. 러시아를 대신할 새로운 기술 파트너를 찾는 발주처들이 늘면서, 빙해 항로를 둘러싼 글로벌 조선 시장의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


균열의 실체는 삼성중공업과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의 계약 해지 사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삼성은 4조8000억원 규모의 아이스브레이킹 LNG운반선과 셔틀탱커용 블록·부품 공급 계약을 맺고 설계 지원을 수행해왔으나, 지난해 6월 러시아 측의 일방적 통보로 계약이 해지됐다. 즈베즈다는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Rosneft)가 주도한 'Arctic LNG 2' 프로젝트의 핵심 조선소로, 삼성중공업은 설계 기술과 주요 기자재를 공급하며 사실상 러시아 빙해 조선의 기술 파트너 역할을 맡고 있었다.


계약 해지로 즈베즈다의 생산 라인은 사실상 '기술 공백' 상태에 빠졌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선체 블록 일부를 제작하고 수조원대 기자재 발주를 진행한 상황에서 사업이 중단됐으며, 현재 손해배상 절차를 밟고 있다. 제재로 ABB의 아지포드 추진기, 핀란드 Wärtsilä 발전기 등 핵심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러시아의 빙해 조선 역량도 멈춰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국제 시장에서 상대적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공백 이후 서방 발주처들이 새 공급망을 모색하면서, 한국 조선소의 극지형 선박 설계 기술이 대체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의 협력을 통해 축적한 Arc7급 설계·생산 노하우를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책 프로젝트(Zvezda)와 직접 협력했던 유일한 글로벌 조선사가 삼성중공업이었다는 점이, 지금은 한국 기술의 신뢰도를 증명하는 레퍼런스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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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기술 체계가 멈춘 자리에,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극지형 선박 기술과 생산 인프라를 모두 갖춘 한국 조선 3사가 있다.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총톤수 1만6560t, Polar Class 3급) 을 맡아 오는 2029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가 추진하는 국책 프로젝트로, 한화오션은 올해 7월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같은 달 29일 본 계약을 체결했다.


신조선은 LNG 이중연료 전기추진체계를 탑재하고, 1.5m 두께의 얼음을 양방향으로 쇄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영하 45도의 내한 성능과 함께 연구·거주 구역을 고급 여객선 수준으로 갖춘 것이 특징이다. 정부 공식 사양은 Polar Class 3급·총톤수 1만6560t·완공 시점 2029년 12월이며, 한화오션은 자체 제안에서 '1.5m 쇄빙'과 '–45℃ 내한 성능'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화오션은 러시아 야말(Yamal) LNG 프로젝트용 Arc7급 쇄빙 LNG운반선 15척을 인도한 경험이 있다. 2020년에는 Arc7급 LNG운반선 6척을 추가 수주했으나, 이후 제재 여파로 계약이 조정되면서 일부 선박은 대체 인도나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의 협력을 통해 Arc7급 LNG운반선과 아이스브레이킹 셔틀탱커 설계·생산 기술을 수행한 유일한 글로벌 파트너 조선소로 평가받는다. 계약은 해지됐지만, 삼성은 이미 상당한 설계 데이터를 확보했고, 일부 기자재와 블록 생산 경험을 남겼다. 업계에서는 "즈베즈다의 계약 해지로 러시아 빙해 조선은 멈췄지만, 삼성의 기술 축적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본다.


HD현대중공업 그룹은 빙해 운항이 가능한 Ice-Class 등급 상선과 해군 함정 건조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노르웨이 소브콤플로트(Sovcomflot)로부터 Ice-Class IA 탱커를 수주·인도한 실적이 있으며, 군용 함정 분야에서도 극지 운항 환경을 고려한 내빙 선체 설계 기술을 축적해왔다.


다만 "북극항로의 경우 아직 상업적 운항이 본격화된 단계가 아닌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논의되는 시장"이라며 "향후 북극해 항로를 통한 LNG 해상 수요가 좀 더 구체화되면 그에 따라 선박 건조 계획이나 기술 대응 방향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제재 이후 불안정해진 빙해 조선 시장에서 세 회사 모두 대체 공급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쇄빙선 시장의 공급 구조가 러시아에서 한국·북유럽 조선소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제재가 만든 공백이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술 경쟁의 무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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