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게임업계에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다.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게임성을 차별화해 이용자 저변을 넓히기 위함이다. 장기적으로는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한 포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2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업계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41.7%로 전년 동기(30.5%)보다 11.2%포인트 상승했다.
기술 고도화 측면에서 적극 행보를 보이는 대표 기업으로 크래프톤이 꼽힌다. 크래프톤은 2021년 딥러닝 본부를 출범한 후 AI 연구개발(R&D)에 지속 투자 중이다. R&D 비용은 2021년 3660억원에서 2024년 4250억원으로 16.1%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2606억원)보다 약 9% 늘어난 2860억원을 투입했다.
이 결과 2023~2025년 국제학회(NIPS·ICML·ICLR 등)에 50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성과로 이어졌다.
◆NPC에 생명력·능동성 부여…게임 몰입 본질 확장
그렇다면 크래프톤은 왜 AI 기술을 접목하기 시작했을까. 최근 딜사이트와 만난 성준식(사진) 크래프톤 딥러닝응용실장은 그 계기를 이용자와 NPC(Non Player Character·이용자가 조종하지 않는 인게임 캐릭터)의 대화 구조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이용자의 명령과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NPC가 움직였다면, AI를 활용해 플레이 과정에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란 발상에서 출발했다. 이후 연구 규모가 확장돼 CPC(Co-Playable Character) 개념으로 발전했다. 게임 특화 온디바이스 소형언어모델(sLM)을 탑재해 이용자와 소통하며 협력 플레이를 펼치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게임 몰입의 본질을 '기술적 완성도'에서 '관계적 몰입'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성 실장은 "내부 테스트 과정에서 "혼자 게임하는 게 좋긴 하지만, 혼자 하면 외롭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솔로 플레이 중에도 옆에서 친구가 게임 화면을 보며 실시간으로 대화하듯 조언을 주는 기능을 구현했다"며 "NPC가 게임 플레이를 지켜보며 잡담도 나누고 공략법 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용자의 몰입도와 플레이 경험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이를 각 프랜차이즈 지식재산(IP)에 적용 중이다. 현재는 '배틀그라운드'에 탑재 예정인 '펍지 앨라이(PUBG Ally)'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빠르면 올해 4분기 중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앞서 올해 3월 출시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에 '스마트 조이(SmartZOI)'를 탑재해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 상태다. 향후 모션 캡처 기능을 통해 카메라로 이용자의 움직임을 인식, 캐릭터를 신체로 조작하는 '몸 배그'와의 연계도 고려하고 있다.
성 실장은 "스마트조이와 같은 기능은 아직 실험 단계 상태로 출시돼 있지만, 크리에이티브스튜디오와 협업을 통해 기술 적용 방향 등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며 "이용자들이 '조이'들의 속마음을 자체 해석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사례를 접하며 AI가 게임 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함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한 리더십'으로 기틀 구축…젊은 인재 도전정신·창의성 반영
크래프톤은 AI를 차세대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현재 보유 중인 게임 제작·퍼블리싱 역량에 이어 회사의 도약을 이끌 세 번째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궁극적으로 게임 개발 과정 전반에 'AI DNA'를 탑재한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성 실장은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크래프톤만의 무기로 명확한 비전과 리더십을 꼽았다. 크래프톤의 AI 개발 역량은 SK텔레콤 컨소시엄 소속으로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 받았다. 그러나 크래프톤을 잘 아는 이들은 이번 컨소시엄 참가가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크래프톤은 2020년대 초부터 AI를 주목, 회사 차원의 핵심 어젠다로 추진해 왔다. 딥러닝본부 설립을 시작으로 전사 AI 도입 속도를 가속화했다. 지난해 글로벌운영본부 산하에 AI전략팀(현 AI 트랜스포메이션팀)을 설립하는 등 조직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는 김창한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딥러닝본부의 경우 초기 조직 구성 단계부터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조직문화도 강점으로 꼽힌다. 딥러닝본부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오히려 유연하고 창의적인 업무환경을 갖추는 토대가 됐다. 도전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점에 젊은 AI 인재들도 크래프톤을 선택하고 있다.
성 실장은 "딥러닝본부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30세일 정도로 굉장히 젊다. 오래된 기술 관성에 묶이지 않고 빠르게 적응·흡수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조직 전체가 AI를 통해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최신 기술 스택(Stack) 기반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현실 경계 허물어 이용자 경험 혁신…AI로 게임 재미 극대화
향후엔 게임 바깥 영역에 기술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른바 '가상 세계 속에서 몸을 가진 AI', 즉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완전히 허무는 단계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피지컬 AI 개발 조직을 신설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앞서 김 대표는 올해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로보틱스·온디바이스 AI 전반에 대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향후 AI 기술을 토대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성 실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결국 실제 몸을 가진 AI고, '신체를 조작한다'는 측면에서 가상에서 검증한 기술을 신체로 연결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며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과정에서의 괴리를 해결하는 부분까지 결합한다면, 로봇 연구와 우리의 AI 개발 방향은 연관성이 깊다"고 설명했다.
무엇이 됐든 '상상 그 이상'의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성 실장은 "3년 안엔 '펍지'를 비롯한 주요 타이틀에서 AI가 이용자 경험을 혁신하는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주요 패치 일정에 맞춰 개선 사항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많은 이용자들이 AI로 구현해 나가는 새로운 재미를 경험하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준비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