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게임업계가 불법 사설 서버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수사기관이 범죄 시스템에 직접 개입하는 '오펜시브 시큐리티'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대응 체계가 작동하기 위해선 현행 법·제도적 한계를 보완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장준원 법무법인 화우 전문위원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화우연수원에서 열린 '게임 불법 사설 서버에 대한 법적·정책적 대응'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불법 사설 서버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승인하지 않은 제3자가 게임 프로그램을 복제 혹은 개·변조한 불법 게임물을 의미한다. 별도 홈페이지를 통해 인게임 재화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이 같은 행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왔지만, 대응 체계 및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불법 사설 서버 행정조치 건수는 ▲2023년 2만5521건 ▲2024년 5만164건 ▲2025년 상반기 3만6206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그러나 불법 사설 서버를 담당하던 사이버수사국은 지난해 폐지됐다.
전문가들은 이날 불법 사설 서버를 근절하기 위해선 수사 기관의 역량 및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고도화하는 범죄 수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활용한 추적 체계확립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오펜시브 시큐리티' 도입이 거론됐다. 이는 범죄 조직이 운영되는 서버를 무력화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와해시키는 시스템이다. 위장 수사나 도청, 신분 비공개 수사 등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등 적극 대응 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전담팀 신설과 함께 인센티브 제공 등 수사기관의 책임감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도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전문위원은 "서버 내부에 접속한 후, 허술한 체계를 간파해 범죄 조직 구조와 BM(비즈니스 모델)을 파악한 후 일망타진할 수 있는 구조"라며 "납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도청을 활용하는 것처럼 장기간 수사에 진전이 없는 사이버 범죄에 대해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서버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불법 사설 서버 운영 및 피해 사례 수집 과정을 자동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휘강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게임사 차원에서 10년 넘게 불법 사설 서버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실상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적 대응 체계를 지금보다 정교하게 구축하기 위해선 피해 사례 채증 및 추적을 자동화해 기술 체계를 확보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법·제도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사설 서버 운영자에 대해선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민사적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게임산업법 제32조에 따르면, 불법 사설 서버 제작·유포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1~2년의 징역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불법 사설 서버 이용자들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를 기존보다 높이는 등 경각심을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불법 사설 서버 폭증을 불러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로 인한 이용자들의 안이한 인식에 있다는 시각이다. 이는 최근 발의된 게임산업법 개정안에도 포함된 상태다.
설지혜 변호사는 "서버 호스팅 및 CDN 업체가 자사 서비스를 통해 불법 행위가 이뤄지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을 경우, 기여 책임 이론을 적용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개정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통신망 침입 제한 범위가 광범위해 피해 기업이 범행 주체를 파악하기 위해 서버에 접근하는 것도 제한된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사례에 대해선 예외 규정을 마련하는 등 법령 정비를 통해 민간 차원에서 정당방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저작권법 위반죄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에 편입하는 방안도 해법으로 제기됐다. 궁극적으로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조직적 침해 행위라는 점에서 경제 범죄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설 변호사는 "불법 사설 서버가 운영되는 이유는 수익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침해 대상 및 수법이 다양한 저작권법 위반 법정형을 일률적으로 상향하기보단 경제적으로 큰 파급 효과를 낳는 침해 행위에 대해서 특별한 가벌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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