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이르면 내년에는 하이센스 등 중국 TV 업체가 삼성전자의 TV 점유율을 능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과 저렴한 인건비, 강력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반면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다.
이에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재도약하려면 '마이크로 RGB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높은 브랜드 파워를 고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에서 TV 출하량을 전망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출하량은 점점 감소세를 띠는 반면 중국 업체인 TCL, 하이센스는 상승 곡선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020년 삼성전자의 TV 출하량은 5000만대에서 현재 3000만대 수준으로 내려왔다. LG디스플레이도 2800만대에서 2000만대 초반이 됐다"며 "반면 하이센스와 TCL의 출하량은 2026년, 2027년에는 삼성전자도 능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 3~4년 지속될 경우 2030년에는 두 업체의 출하량은 각각 5000만대, 3000만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TV와 같은 세트 업체 경쟁력이 곧 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가 몰락했던 원인은 바로 일본 세트 업체가 몰락했기 때문"이라며 "세트 업체의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저렴한 해외 패널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자국 패널 구매량이 축소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 경쟁력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하면 세트 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는 만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경우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가전 교체 보조금 프로그램뿐 아니라 막대한 내수시장, 저렴한 인건비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보조금 정책을 통해 TV 등 주요 가전을 구매하는 자국민에게 최대 2000위안(36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급 범위를 스마트폰과 IT 기기까지 넓히며 보조금 예산 규모는 올해 3000억 위안(약 5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세트 업체의 경쟁력이 있어야 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쟁력도 담보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 개별 기업이 사실상 중국 정부와 경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사실상 우리나라보다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심지어 근무 시간도 길다. 우리나라는 주 52시간에 묶여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세트 업체가 무너지게 되면 그 여파가 디스플레이 업체로도 넘어올 수 있다고도 경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가장 상위에 있는 업체가 몰락하면 서서히 산업이 붕괴하게 된다"며 "이에 정부도 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 하다 못해 소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구매하면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진 못할 것이다. 대기업을 지원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세트 업체들이 다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RGB 마이크로 LED TV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프리미엄 세트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RGB 마이크로 LED TV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으로, 자체 발광하는 마이크로 LED와는 다르지만 백라이트가 단일 광원이 아닌 RGB 3원색 각각의 광원으로 구성된다. 3원색 광원이 컬러 필터를 통과하면서 더욱 세밀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RGB TV', 중국 하이센스의 RGB 미니 LED TV가 있다. 소니도 CES 2025에서 75인치 RGB 미니 LED TV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중국은 미니 LED TV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은 RGB 마이크로 LED TV 제품을 출시했다"며 "프리미엄 TV 시장이 중국에 점령당하기 전에 먼저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RGB 마이크로 LED TV는 이른바 'LCD TV의 최종 진화형'으로 불린다. 주사율이 빠른 데다 에너지 소비가 적고 명암비와 휘도, 색 재현율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품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원가가 급상승해 OLED TV보다 더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 대표는 "중국 기업이 RGB 미니 TV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일수록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을 선호한다"며 "이 때문에 초고가 제품 경쟁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우위에 서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시장 가격을 올리는 것이 중국의 브랜드 파워가 높아지는 것을 사전에 봉쇄하는 전략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초고가인 RGB 마이크로 LED TV가 출시되면 오히려 OLED TV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OLED TV 시장도 확대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OLED TV와 RGB 마이크로 LED TV에 경쟁력이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RGB 마이크로 LED TV 가격이 비싸지면서 패널 가격이 역전되면 오히려 OLED TV 시장이 확대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RGB 마이크로 LED TV로 자발광하는 마이크로 LED 기술이 개발되고 수율이 개선되면 궁극적으로 마이크로 LED TV 경쟁력이 상승할 것이다. RGB 마이크로 LED TV가 '메기' 역할을 하면서 OLED TV와 마이크로 LED TV 시장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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