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국내 게임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콘텐츠가 아닌 이용자와 제작자가 소통하고 경쟁과 협업이 이루어지는 종합 산업이다. 게임산업은 e스포츠가 파생되고 블록체인과 AI가 접목되며 수출 산업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단순한 지원이 아닌 산업 구조와 생태계를 위한 정밀하고 실행력 있는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자본시장전문미디어 딜사이트는 1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새 정부, 게임산업의 새로운 길을 묻다'를 주제로 '2025 게임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새 정부의 게임산업 진흥정책 방향을 가늠하고 보다 실현 가능한 실행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게임업계와 학계는 물론 이용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게임이용자까지 아우르는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승호 딜사이트미디어그룹 이사회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새 정부, 게임산업의 새로운 길을 묻다'는 지금 업계가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라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며칠 안 됐지만 게임특별위원회를 조기 발주한 점은 분명 업계의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의장은 "게임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닌 이용자와 제작자가 소통하고 협업이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기술과 문화가 융합되는 역동적인 종합 산업이다"라며 "한국은 이런 과정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산업 구조와 생태계를 위한 정밀하고 실행력 있는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임 산업 진흥 위해 정부 지원 적극 필요
첫 연사로 나선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국내 게임 산업이 다시금 '르세상스'를 맞이하려면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뿐 아니라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7대 정책 제안'을 제시했다.
제안에는 ▲게임문화의 대중문화 인식 전환 ▲게임 제도 합리화 및 자율규제 강화 ▲게임인 지위 및 권익 향상 ▲K-게임 랜드마크 구축 ▲K-게임 라키비움 건립 ▲게임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인공지능(AI)·신기술 규제 샌드박스(네거티브 규제) 시행 등이 포함됐다.
김 교수는 "최근 정부에서 글로벌 펀드를 포함한 'K-콘텐츠 펀드'를 출범했는데 게임 부문이 빠져 있었다.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또한 게임 업체가 펀드 등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서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다. 현재 게임 업계를 지원하는 기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유일하다"며 "언론 등에서 K-게임의 위기로 지적한 중국 게임 '검은신화: 오공'의 제작비가 700억원인데 우리나라 게임에 정부가 지원하는 돈은 7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지원은 됐다. 간섭이나 하지 말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우리나라 게임이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지식재산권(IP) 협력 강화는 물론 아프리카와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게임 제도를 합리화하고 자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게임 진흥과 규제를 총괄할 '게임컨트롤타워'(가칭)와 '게임신문고 플랫폼'(가칭)을 마련해 게임 제도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문화 예술인을 만나 다양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게임 생태계에도 이러한 지원이 적용돼야 한다. 관련 정책들이 원활히 집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질병코드 도입 찬성은 "수익 창출 목적" 비판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게임업계 매출이 2년 간 약 8조8000억원 감소하고 고용이 8만명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의료계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비판했다.
현재 한국은 게임중독법 도입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 그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게임업계와 사회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게임산업 현황 및 정책 제언'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황 협회장은 게임 질병코드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우려하며 도입에 대해 전격 반대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청소년과 학부모가 게임을 기피하면서 이것이 규제 심화로 이어지는 '사회적 낙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WHO에 게임 질병코드가 등록되며 국내 질병 코드 분류 체계로 들어올 수 있다"며 "이러한 항목으로 부모들은 게임을 즐기는 자녀나 학생을 정신과로 데려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WHO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을 때 집에서 게임하는 게 낫다는 주장을 한 적 있는 만큼 이중적"이라며 WHO를 비판했다.
아울러 황 협회장은 인앱 결제 부과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평결이 났으나 아직까지 법적 금지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점도 짚었다. 2021년 구글갑질방지법 이른바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이 국내에서 시행됐으나 국내 앱 사업자들이 아직까지 보복이 두려워 소송 등에 나서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 앱마켓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200개 앱 업체들은 앱 심사지연, 등록 거부, 앱 삭제 등 여전히 구글과 애플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
황 협회장은 "현재 30%인 마켓 앱 수수료가 17%로 인하된다면 국내 게임사 영업 이익률은 7% 상승하고 PC, 콘솔 게임을 포함하면 10%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감액이 온전히 신작 개발에 쓰인다면 신규 게임이 350개가 생긴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져 세계에서 가장 많은 IP 대형 콘텐츠를 가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 e스포츠 제도적 기반 마련 및 지원 시급
이준영 디플러스 기아(Dplus KIA) 부대표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 e스포츠 산업이 맞닥뜨린 구조적 문제를 짚고 이에 대핸 정책적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은 시청자 수 5억3000만명, 연평균 성장률 21.9%, 시장 규모 11조원에 달하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e스포츠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이저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으며 국내 e스포츠 역시 리그오브레전드챔피언스코리아(LCK)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산업의 내면은 녹록지 않다. 이 부대표는 "현재 LCK에 참여 중인 국내 10개 구단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들의 최근 3년간 누적 적자 규모는 1000억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이 부대표는 구단 재정난의 주요 원인으로 ▲과도한 선수 연봉 ▲부족한 수익원 ▲종목사 중심의 낮은 운영 자율성을 꼽았다. 상위권 선수는 수십억 대의 연봉을 받고 티켓 수익, 중계권, 스폰서 유치 등 주요 수익원이 다른 스포츠에 비해 미비한 점도 한계라는 설명이다.
이 부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지자체 협업 모델 구축 ▲정부의 정책적 지원 확대 ▲법적 기반 마련을 제시했다. 이 부대표는 "특히 프로스포츠에서 운영 중인 주체 단체 지원 사업 도입을 통해 운영비 일부를 보전해 주는 것과 같이 이 스포츠에도 지원금이 도입돼야 한다"며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대표는 "e스포츠 팬덤은 아이돌 팬덤화가 돼 가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스포츠 인프라 조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프로게이머, 콘텐츠 기획자, 스트리머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 중심 탈피해야…이용자 신뢰가 정책 출발점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함께 출범한 새 정부의 게임 관련 정책에 대해 문화적 정체성과 이용자 권익을 중심으로 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를 강조했다. 단순한 규제 완화나 지원보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 중심의 정책 설계이며 이를 통해 산업의 신뢰 기반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게임을 문화로 인정하고 질병코드 반대와 e스포츠 인프라 확충 등을 공략으로 제시한 점은 고무적"이라며 "새 정부의 정책들이 실제 제도로 연결되기 위해선 이용자와 개발자 모드를 아우르는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차기 정부의 게임 정책 핵심 과제로 ▲게임산업법 개정 ▲이용자 보호 ▲e스포츠 진흥 ▲등급분류제도 개선을 지목했다. 게임을 산업 중심으로만 분류하는 기존 법 체계의 한계를 넘고 이용자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최근 몇 년간 게임 관련 법 개정의 흐름은 모두 이용자 보호가 중심"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 불법 프로그램 차단 강화, 게임 내 기망행위 금지 등 차기 정부 공약에 대한 실현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정부의 e스포츠 육성 공약에 대해선 이제는 '대회 개최' 수준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스포츠 산업 진흥 공약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지원 체계가 없다"며 "정부가 주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논의 중인 등급분류 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등급 분류가 창작과 서비스에 발목을 잡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체등급분류제의 사후관리 문제, 민간위탁 대상 확대 시 발생할 수 있는 사행성 게임 악용 우려 등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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