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녹십자홀딩스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지난 2019년 한 차례 발행을 시도했다가 철회한 이후 6년 만의 재도전이다. 그간 은행 차입에 의존하던 조달 기조에서 벗어나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최근 금리인하 기조로 조달시장 여건이 개선된 점도 변화를 이끈 요인으로 보인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는 오는 18일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 구성은 2년물 400억원, 3년물 600억원이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가능하다. 희망금리밴드는 해당 만기 공모채 등급민평금리에 ±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녹십자홀딩스의 공모채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필요자금은 주로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에 의존해왔다. 하나·국민·우리·농협 등 시중은행은 물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도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은행권 단기차입금 잔액은 1620억원으로, 지난해 말(1135억원) 대비 약 485억원 증가했다.
사실 녹십자홀딩스는 앞서 지난 2019년 한 차례 공모채 시장 진입을 타진한 적 있다. 다만 당시 현금흐름상 예측 상 자금 수요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발행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주관사로 NH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을 선정했으나 올해는 NH투자증권 자리에 신한투자증권을 참여시켜 KB·한투·신한 등 3사 체제로 구성했다.
아울러 사모채 발행도 병행해왔다. 지난 2015년 500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 400억원, 2021년에는 13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대부분이 만기 차환 목적이었다.
녹십자홀딩스가 올해 공모채 발행을 결심한 배경은 금리인하로 인한 조달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금리 환경이 점차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을 적극 활용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모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은 내년 4월 만기 도래 예정인 600억원 규모 사모채 차환에 활용될 예정이다. 조달 환경이 개선됐다고 판단해 조달 시점을 앞당겨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데뷔전에 앞서 흥행을 점치는 분위기다.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 기대에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가운데, A+급 신용등급과 '안정적' 등급 전망이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주력 자회사인 녹십자의 실적 회복세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녹십자는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모멘텀을 되살렸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가 예고된 만큼 전반적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채권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며 "녹십자홀딩스는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주요 자회사도 갖추고 있다보니 공모채 시장 데뷔전에서 무난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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