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11번가가 최근 경영 효율화로 적자 폭을 축소하면서 흑자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장 손실이 이어지는 '리테일(직매입)' 부문 비중을 줄이고 적자 근본을 원천 해소해 단기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리테일' 부문이 고(高)수익 사업군인 점을 고려하면 이에 상응하는 매출이 뒤따라야 하지만, 오랜 매각 절차로 투자 동력이 사라지졌다. 당분간 저(低)수익 '오픈마켓' 사업과 비용절감 효과에 전적으로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인공지능(AI)·반도체 포트폴리오 재편에 대폭 힘을 실으면서 11번가를 다시 품기보단 매물로서의 매력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2023년 상장이 불발된 뒤 SK스퀘어가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면서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공단·H&Q코리아파트너스·MG새마을금고) 주도 하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를 추진했지만, 현금거래가 아닌 지분교환 방식에 불만을 지닌 일부 재무적투자자(FI)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최근에는 11번가가 경영·비용 효율화로 흑자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SK스퀘어가 올 10~11월 돌아오는 콜옵션 권리 행사 기간에 FI 측 보유 지분을 매입할 것'이란 가능성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시장경쟁이 과열된 상황 속 수천억원대의 현금거래를 기꺼이 하겠다는 희망자가 나타날 지가 우선 의문"이라며 "11번가 손익 개선 속 FI 엑시트도 1년 넘게 지연된 만큼 SK스퀘어가 이번엔 콜옵션 행사를 고려해볼 만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1번가가 최근 적자 폭을 개선하는 과정이 장래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11번가는 지난해 투자 부담이 가중된 '리테일' 사업을 축소하면서 순손실 폭을 28.9% 개선했다. 실제 리테일 사업 관련 재고자산은 지난해 기준 232억원으로 전년 대비 70%나 줄었다. 2023년 재고자산이 전년 대비 10%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셈이다.
다만 리테일 부문이 주 수익원 중 하나인 만큼 전체 매출도 함께 감소한다는 점이 맹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561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5.1%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마이너스(-) 4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 감소와 순손실이 이어지면서 같은 기간 결손금은 1633억원으로 134%나 늘었다. 결손금 누적 등 영향으로 자본총계가 75.5%나 감소하면서 부채비율(1260.9%)은 전년 대비 860% 포인트 급증했다.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 유망사업 비중을 낮춰 단기 수익성을 확보한 반면, 성장성은 지속 둔화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는 셈이다.
'리테일' 부문은 판매액 100%를 매출로 반영하는 고수익 사업이지만, 물류 인프라·인력 등 막대한 투자가 뒤따른다. 11번가가 반등하기 위해선 리테일 관련 성장투자가 대거 집행돼야 하지만, 최근 회사 매각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투자 동력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기댈 언덕으로 남은 '오픈마켓' 사업 부문은 14개월 연속 영업이익에도 판매 수수료 10%만을 매출로 반영해 수익성에 한계가 상존한다.
경영 어려움이 한층 가중된 가운데,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최근 AI·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에 전력투구 중인 점을 고려하면 여유자금을 커머스 부문에 투입할 리 만무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쿠팡 등 업계 선도 기업들이 빠른 배송이 가능한 리테일 부문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만큼, 11번가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최대주주 및 FI 측이 매각 절차를 속히 마무리해 리테일 투자 활로를 어떻게든 뚫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FI들의 빠른 엑싯(EXIT)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 SK스퀘어로선 최근 국내 시장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뛰어든 만큼 11번가 흑자 전환을 통해 매물로서의 매력도를 높여 나가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며 "반대로 시장에선 몸집을 불리거나 몸값을 띄우려는 커머스 업체들이 11번가의 오픈마켓 등 여러 사업 기반과 브랜드 파워를 높게 평가하며 인수 여부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도 "지난해 SK스퀘어 대표 교체에서 11번가 이슈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안다"며 "한명진 대표가 투자지원센터장 등을 지낸 하드워커로 정평이 나있는 만큼 올해 11번가 관련 투자 혹은 매각 절차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는 매각 여부와 별개로 '오픈마켓 사업'과 '경영 효율화'를 병행하며 손익 개선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특가 행사·혜택 및 고객 편의기능을 늘려 가입자 유치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수개월간 11번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쿠팡에 이어 2위 자리를 공고히 유지 중이다.
11번가 관계자는 "과거 3년에 걸친 실적 개선 끝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력이 있는 만큼 수익 기반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며 "14개월 연속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오픈마켓 중심으로 수익성을 최대한 확보해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내는 게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매각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투자도 일부 제한되는 상황"이라며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리테일 등 성장투자에 힘이 실려 수익성 부문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둔화 중인 수익·재무 지표와 관련해선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심화한 상황 속 '고수익' 리테일 사업을 본격화하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서 볼륨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턴 경영 효율화 차원으로 리테일 비중을 줄이면서 매출 부문에 기저효과가 일부 반영됐다"며 "결손금의 경우 회사 매각 절차에 접어든 뒤 FI 대상 배당 의무가 사라지면서 관련 자금이 결손 부문으로 반영된 영향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측은 11번가 매각 가능성에 대해 '원점에서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스퀘어 관계자는 "11번가 매각은 원점에서부터 검토 중"이라며 "매각 관련 협상 등은 아직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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