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상지건설'의 오버행 우려가 현실화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환청구권이 행사된 대규모 전환사채(CB) 물량이 이달 22일 쏟아지기 때문이다. 대선 테마주로 엮이면서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상지건설은 최근 주가 상승세는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전환가액 보다 높은 주가로 인해 CB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현 주가를 고려할 때 CB 투자자들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서면 최소 3배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기존 주주들은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과 오버행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의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지건설은 '제20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권 행사에 따라 오는 22일 240만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앞서 상지건설은 지난 4월 120억원 규모의 제20회 CB를 자본효율화 및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주식회사 영파 ▲글로벌제1호조합 ▲주식회사 엠제이앤리 ▲타디엠 투자조합 1호 등을 대상으로 총 153억원에 매도했다.
해당 CB는 이미 전환청구기간(2023년 9월24일~2025년 9월18일) 도래해 곧바로 전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잔금 납입(4월17일)까지 마무리된 다음날인 18일 곧바로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전환청구권 행사에 따라 발행될 예정인 주식수는 240주이며, 이는 현재까지 발행된 주식총수의 60.3%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 뿐만 아니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전환청구권 행사로 지분을 확보한 CB 투자자들이 상지건설 경영에 참여하거나 블록딜로 지분을 넘길 가능성이 낮은 탓이다. 회사와 투자자 간 체결한 매매계약의 주요 요건에 '전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주식을 통해 상지건설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일체의 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근 상지건설의 주가는 CB 물량 폭탄 예고에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CB 투자자들이 곧바로 엑시트에 나설 경우 수백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일 장마감 기준 상지건설의 주가는 2만755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시 CB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해 총 661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CB 매입에 사용된 153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사채 투자자들이 얻는 시세 차익은 500억원을 웃도는 셈이다.
반면 전환되는 주식 수가 현재 기준 발행주식총수의 60%가 넘어서는 만큼 CB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본격화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지건설 역시 증권신고서를 통해 "이번 제20회 사모 전환사채 전환으로 인해 향후 대규모 물량이 일시 출회돼 주주가치가 크게 하락할 위험이 존재하고,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 하락은 향후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투자금액에 대한 전액 손실 등 그 밖에 예상치 못한 경영권 혼란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지건설의 현 주가가 대선 테마주로 엮이면서 비정상적으로 올랐다는 것을 감안하면 CB 투자자는 주가 하락이 본격화되기 전에 엑시트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며 "기존 주주들은 주가 하락에 물량 부담까지 더해져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상지건설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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