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재계 서열 7위에 올랐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명성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습이다. 항공과 물류, 건설, 관광까지 아우른 대기업집단 이었지만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제는 건설과 고속만 남은 상태다. 사실상 금호건설이 그룹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둔화, 유동성 경색, 입찰 경쟁 심화 등의 이유로 금호건설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과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금호그룹 전반의 생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딜사이트는 금호건설을 사업과 재무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당면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진단해 본다.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금호건설이 맞닥뜨린 리스크 중 주요한 리스크 중 하나로 유동성 부담이 꼽힌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장이 대부분 분양률이 저조한 경기권 및 지방에 집중된 탓에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게다가 토지 매매부터 분양까지 맡는 자체사업장의 경우 상황이 좋지 않아 기투입 자금 회수가 불확실하고 한 사업장의 경우 PF 우발채무 리스크도 있는 만큼 유동성 부담을 키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올해 분양 사업장 77.2% 지방 편중…미분양 리스크 직격탄 우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건설이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매출액이 5% 이상인 주택 사업장 16곳 중 서울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절반은 지방에, 나머지 절반은 서울이 아닌 경기지역에 위치해 있다.
구체적으로 주택사업장은 ▲충북 청주시 봉명3구역 ▲충북 청주테크노폴리스주택 ▲경기 고양장항 ▲청주 사직3구역 ▲경북 구미 형곡3주공 ▲경기 평택 고덕 ▲경기도 파주시 금촌2동 ▲강원 춘천시 만천리 ▲부산 에코델타시티 ▲경기 시흥 거모동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등에 있다.
이처럼 경기 및 지방에 치우친 사업장으로 인해 금호건설은 공사미수금 및 미청구공사금 등 미수금 규모가 최근 2년 새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공사미수금은 공사비를 청구했지만 받지 못한 자금이며, 미청구공사금은 아직 청구하지 않아 받지 못한 자금이다. 실제 금호건설의 미수금은 ▲2022년 2581억원 ▲2023년 4744억원 ▲2024년 4065억원 등이다.
최근 건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미분양 적체 사태가 심각해 분양수익을 얻지 못하면서 건설사에까지 유동성 문제가 이어졌다. 건설사는 분양을 마친 후 공사비를 회수하는 구조여서 분양 수익 확보가 중요하다. 실제 미수금 규모가 큰 상위 사업장인 포천, 파주 인천 등도 청약 당시 성적이 저조했으며, 아직 미분양 물량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분양 예정인 사업장들도 대부분 지방에 위치해 미수금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단기간에 분양시장 활성화를 하기 쉽지 않아 미수금 회수는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양 및 착공에 들어서며 미수금이 확대될 수 있다. 실제 올해 분양 예정 가구 수는 총 4342가구로 이중 지방사업장이 3350가구로 총 가구 수의 77.2%를 차지한다. 심지어 미분양 위험지역이라고 꼽히는 지역이 절반 가까이 된다. 부산과 창원, 구미, 평택 등 미분양 위험지역이 2040가구로 전체 분양 비중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 자체사업장도 '먹구름'…자금 흐름 악화 가속 우려
모든 사업 과정을 맡는 자체사업의 경우 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리스크 전이 가능성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자체사업은 건설사가 부지 매입부터 개발과 건설, 분양까지 전 단계를 담당한다. 시공만 맡는 사업보다는 수익 규모가 크지만 분양 성과가 저조할 경우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분양실적에 따라 이전 단계 사업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금호건설의 자체사업장은 ▲시흥 거모 ▲고양 장항(고양 장항 아테라)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화성 동탄 등 4곳이다. 이중 시흥 거모를 제외하면 손실이 발생하거나 PF리스크를 안고 있다.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 중인 고양 장항과 화성 동탄은 다른 건설사와 PF구조가 얽혀 있어 관련 리스크가 잔존해 있다. 두 곳 모두 분양 완판에 성공했지만, PF구조 특성 상 다른 건설사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시 채무를 떠안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고양 장항 아테라의 경우는 금호건설이 대표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이다. 지난해 5월 PF대출을 일으킨 과정에서 컨소시엄 참여하는 다른 시공사 3곳의 PF대출을 조건부 채무인수를결정했다. 해당 사업장은 계룡건설·극동건설·금성백조건설 등 건설사 3곳과 함께 시공을맡은 곳이다. 사업비 명목으로 PF대출을 실행한 가운데 이들의 PF대출금 970억원에 대해서 연대보증을 약정했다. 3곳의 건설사 중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EOD) 차주가 발생하면, 채무를 인수하게 된다. 금호건설이 시행·시공 지분을 51%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건설사 지분율은 각각 계룡건설(19.5%), 극동건설(19.5%), 금성백조건설(10%)이다. 대표시공사인 금호건설만 채무 인수를 약정했다.
동탄어울림파밀리에의 경우에도 태영건설과 함께 공동으로 상호 채무인수 의무를 약정했다. 총 2700억 원 규모의 PF 대출금 중 1900억 원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시 서로 채무인수 의무를 약정했다. 한 건설사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다른 건설사가 이를 대신 갚아주기로 한 셈이다.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산울동 리첸시아 파밀리에)는 준공 및 입주 지연으로 손실이 발생한 곳이다. '산울동 리첸시아 파밀리에'는 기존에는 지난해 1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하자 문제로 사용 승인이 늦어지면서 준공 및 입주가 두 달 가량 지연됐다. 공동시공을 맡은 신동아건설은 법정관리 신청 배경에 해당 아파트 관련 지연이 지목되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 입주 지연에 따른 손실액은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수도권보다 분양경기가 더 안 좋은 지방 사업장 물량이 많은 금호건설은 공사 미수금 해소가 쉽지 않아 운전자금 부담이 더욱 확대된다"며 "게다가 이처럼 유입될 현금은 줄어든 상황에서 도급사업보다 투입 자금 규모가 큰 자체사업을 진행할 경우 자금이 되레 유출돼 현금흐름 악화를 가속화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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