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뱅크(옛 부코핀은행)의 차기 행장으로 현지 출신 금융 전문가를 선임키로 했다. 사실상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키겠다는 의미다. 그간 길었던 구조개선 및 시스템 정비 등 밑바탕 작업의 완료로 리테일 사업 강화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다.
국내 기업을 주대상으로 하는 현지법인과 달리 KB뱅크와 같은 은행 자회사의 경우 현지 CEO(최고경영자) 영입은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수순 중 하나다. 그런만큼 이번 현지 출신 행장 선임 움직임은 KB금융그룹이 올해 KB뱅크의 가시적 성과를 자신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뱅크는 현지 출신 차기 행장을 선임하기 위한 인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 이우열 행장은 이달 28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퇴임할 예정이다. IT(정보기술) 전문가인 이 행장은 2022년 5월 취임 후 현지 인프라 구축과 차세대 뱅킹시스템(NGBS) 도입 완료에 집중해왔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7년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인수한 후 2020년 67%까지 높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에는 기존 현지 출신 행장을 유임시켰으나 2021년 6월 최창수 행장을 새롭게 선임하며 국내 출신 경영체제를 시작했다. 이후 최 전 행장이 일신상 사유로 1년만에 사임하면서 이 행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해부터는 사명도 KB부코핀은행에서 KB뱅크로 바꿔 달았다.
KB뱅크 인수는 부실을 인지하고 들어간 전략적 선택이었지만 그간 금융권 인수 실패 사례의 대명사처럼 낙인이 찍혔다. 경영 개선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지만 대규모 적자가 매년 지속되면서다. KB뱅크의 연간 당기순손실 규모는 ▲2022년 8021억원 ▲2023년 2613억원 ▲2024년 3606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 출신으로의 수장 교체는 이같은 흐름을 올해부터 끊어낼 기반을 완성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KB뱅크는 올해 1분기 3520억루피아(약 3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정상영업을 통한 경상이익이 아닌 부실채권 매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된 실적을 내려면 현지 리테일 시장 공략이 본격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지 전문가를 통한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판단한 셈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전반적인 현지화 전략을 감안하면 다음 단계는 현지 출신 경영인을 영입하는 게 자연스러운 행보"라며 "오히려 국내 출신이 후임으로 간다면 KB뱅크의 정상화가 아직 멀었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및 금융당국 등과 소통측면에서도 현지 출신 행장의 역할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법인 출신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출신으로는 현지 직원 관리나 감독당국과의 소통 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법인에서도 현지인을 부법인장으로 두는 게 일반적"이라며 "특히 금융당국과 원활히 소통할 힘 있는 인물을 찾은 것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캄보디아 자회사인 KB프라삭은행의 경우 시작부터 현지 출신 행장 체제를 유지했다. 국민은행은 2023년 KB캄보디아은행과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를 통합해 KB프라삭은행을 출범시키고 현지 출신 옴쌈은 행장을 첫 수장으로 선임했다. KB프라삭은행은 2023년 1157억원에 이어 지난해 1319억원의 연간 당기순익을 거두며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지 행장이 선임되면 KB뱅크도 올해부터 흑자 또는 흑자에 가까운 실적 구조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채 국민은행 부행장은 지난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흑자 전환시기를 올해로 앞당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흑자전환 목표 시점은 2026년인 만큼 올해가 KB뱅크 정상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KB금융의 글로벌사업을 총괄하는 이재근 부문장 역시 현지 출신 행장 선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자카르타로 출국한 이 부문장은 차세대뱅킹시스템(NGBS)의 성과 점검 및 행장 교체 작업 등을 직접 마무리한 후 내달 국내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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