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스퀘어 시가총액이 주력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지분가치를 2배 넘게 하회하는 저평가가 이어지면서 오랜 디스카운트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행동주의 펀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SK스퀘어와 중장기적인 관계를 정립하고 성장투자 및 자사주 매입 확대 등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익을 회수한 뒤 곧장 엑시트하면서 회사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요구도 한층 증폭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중간 지주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올해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성장투자를 본격 가시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실적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재편되면서 지주사 SK와의 합병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어, 올해는 성장투자를 통한 정체성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 내부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SK스퀘어는 지난해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4~5곳을 대상으로 실제 투자를 단행했지만 그 규모가 생각만큼 크지 않고 조직개편 등 여러 내부 이벤트도 겹치면서 시장 공유를 미뤄왔다"며 "최근 저평가 장기화로 성장투자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만큼 이달 내로 반도체 투자 성과를 공개하며 시장 반응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K스퀘어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투자법인 'TGC스퀘어'를 통해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대규모 해외투자를 예고했다. 비주력 정보통신기술(ICT) 자회사들이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수익성 전반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따라 시장 환경이 둔화하면서 투자 활동을 확대하는 데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SK스퀘어 저평가를 향한 시장 우려가 고조되면서 오히려 반도체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SK스퀘어 시가총액과 SK하이닉스 보유지분 가치간 격차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자체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에 반도체 성과 공유를 통한 시장 불안을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말 영국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도 SK스퀘어에 자사주 매입 및 투자 확대를 적극 당부하고 '긍정적 관계 유지를 희망한다'는 성명서도 발표했지만 반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주가 반등에 발맞춰 엑시트를 진행하면서 관계를 정리했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SK온 등 자회사 중복상장을 본격 추진하면서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한층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간 지주사인 SK스퀘어로선 성장성은 물론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상황인 만큼 조속한 성장투자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 이슈도 SK스퀘어와의 교류에 만족했다는 신호보단 당초 높은 변동성에 따른 단기이익을 노린 것으로 비춰진다"며 "주주환원 만큼 성장투자 부문에도 집중도를 높여 성장성과 존재감을 시장에 입증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포트폴리오별로 다른 밸류업, 리밸런싱 계획에 따라 주력 ICT 계열사들의 실적은 개선하고 반도체 부문 성장투자는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AI, 반도체 부문 신규투자와 기존 포트폴리오 밸류업을 통해 전체 포트폴리오 가치를 키우는 데 목표를 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스퀘어가 순자산가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의 실적·주가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심화되면서 지주사 SK에 흡수합병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비주력 ICT 계열사 일부를 과감히 정리하려는 움직임에 '합병에 대비한 군살 빼기'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SK스퀘어가 저평가된 만큼 당장 합병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는 고공성장 중인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로서 시장 재평가가 이뤄질 여지가 충분하다"며 "꾸준히 제기되는 합병설의 경우 최태원 회장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영향과 SK스퀘어가 SK지주사 시총을 넘은 상황이라 가능성이 높진 않다"고 말했다.
올해 SK스퀘어는 지주사 정체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성장투자를 위해 무차입 경영을 통한 대규모 투자 여력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배당수익 및 포트폴리오 유동화를 통해 향후 2년 동안 투자재원 3조여원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 밖에 주력 ICT 계열사는 실적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려 사업·재무구조 전반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SK스퀘어의 지난해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5608억원으로 13.8% 늘었고 이익잉여금도 3조9083억원으로 1119.8%나 급증했다. 분기당 자회사 배당수익과 SK쉴더스 매각대금 등으로 5000억원 규모의 추가 재원이 더해질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서 조 단위의 빅딜까지 노려볼 수 있는 셈이다. 유망기술 투자도 이어갈 계획이다. SK스퀘어는 최근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 투자 전문가를 영입해 투자 전담 조직을 강화 중이다. 특히 AI 관련 반도체, 인프라 병목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기술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점을 찍는 등 시장 불안정성이 한층 장기화되면서 추후 시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 규모를 늘릴 수록 환리스크도 늘어나는 만큼 보수적 접근이 불가피한 셈이다.
SK스퀘어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만큼 SK스퀘어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며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선 조만간 중간 성과를 시장에 공유할 예정이며 합병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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