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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설' 휩싸인 발란, '계획된 적자' 전략 실패
노연경 기자
2025.03.31 08:52:32
쿠팡 사례 답습 '큰 그림' 그렸지만…정산금 미지급 사태 일파만파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8일 17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발란 실적 추이(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기업회생설에 휘말린 것은 결국 후속 투자 흥행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계획된 적자' 전략을 펼쳤지만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없이 투자금으로만 버텨 온 부실 뇌관이 결국 터졌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작년부터 발란의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졌다. 28일 한 시장 관계자는 "작년 말 발란이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는 얘기를 사실이 아님에도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말이 돌았다"며 "시장에선 (발란이)현금흐름 사정이 급박해서 벌인 일로 봤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발란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부채가 2배나 많을 정도로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2023년말 기준 발란의 유동자산은 56억2000만원, 유동부채는 138억1000만원이다.


문제는 발란이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손실이 지속된 탓에 4년간 누적적자는 726억원에 달했다. 증가세를 보였던 매출도 2023년부터 꺾였다. 2020년 243억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891억원까지 치솟았지만 2023년 392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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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를 내던 때에도 발란은 여유를 보였다. 쿠팡처럼 '계획된 적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발란은 쿠팡이 입증한 '대규모 투자 유치→계획된 적자→규모의 경제 실현'의 길을 가려고 했다. 


계획된 적자란 말그대로 일부러 적자를 내는 것을 말한다. 투자금을 대거 투입해 나머지 경쟁자들과 차별화 되는 강점을 만든 뒤 시장점유율을 넓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전략이다. 대표 사례인 쿠팡은 물류센터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 부어 적자가 지속됐지만, 국내 1위 유통기업이 되면서 2023년부터 연간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발란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긴 했지만 온라인 명품 플랫폼 업계에서 경쟁사가 낙오되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고, 결국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전략은 끊임없이 투자금이 투입돼야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펜대믹(코로나19)으로 온라인 명품 시장이 붐을 이룬 시기에는 투자금 유치가 수월했다. 실적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2021년 발란은 32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는데, 당시 발란의 월사용자수(MAU)는 매월 15% 이상 성장하고 있었다.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내세우며 주간 거래액도 100억원을 넘겼다. 이듬해인 2022년에도 발란은 주요 플랫폼 3사 중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며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젠테스토어에 매출 1위 자리를 뺏기고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이 가품 논란과 코로나19 종식으로 수요가 낮아지면서 시장이 확연히 침체됐다. 당연히 발란의 투자금 유치도 어려워졌다. 


작년 9월 투자 시장에선 발란이 중국의 알리바바나 포이즌, 일본의 조조타운 등으로부터 몸값을 5000억원으로 인정받으며 대규모 투자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지만 사실무근이었다. 오히려 발란에 투자한 투자사는 코스닥시장 상장 화장품 유통기업인 실리콘투였다.


이달 초 실리콘투는 발란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구조로 두 차례에 걸쳐 75억원씩 총 1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금이 줄어들었을 뿐아니라, 조건도 많이 달렸다. 실리콘투는 2차 투자금에 대해선 ▲2개월 연속 월매출액 중 직매입 판매 비중이 50% 이상 ▲월간 영업이익 흑자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또 발란의 지분 50%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도 확보했다. 사실상 발란은 최대지분을 모두 넘기며 1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이다.


발란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었던 한 관계자는 "2020년대 초반 플랫폼 업계에선 쿠팡이 롤모델로 꼽히며 쿠팡과 같이 1등으로 살아남을 때까지 버티는 치킨게임이 벌어졌다"며 "투자시장에 자본이 풍부했던 당시는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 모두 투자 유치가 어렵지 않았고 버티다보면 자연스럽게 합종연횡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장에 자본이 넉넉하고, 목표 시장이 빠르게 커갈 땐 이러한 전략이 맞아 들어갔지만 눈먼 돈이 사라지면서 위기가 찾아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란은 판매자들에게 28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산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으나, 아직까지 정산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지급 시기도 못 박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날 최형록 발란 대표는 각종 논란 이후 처음 낸 입장문에서 "다음주부터 (판매자들과) 대면 소통을 하며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만 말했으며, '언제' 정산금을 지급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면서 기업회생설까지 부상했다. 지난 25일 정산금을 받지 못해 발란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는 한 판매자는 "직원들과 대화 중 본사 직원 컴퓨터 화면에서 '회생 관련 제출 자료'라는 이름의 파일을 발견했다"며 "파일 확인을 요구했지만 황급히 화면을 덮어 자세한 내용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발란은 회생절차 준비 관련해선 직접적인 해명은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날 입장문에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 발란 관계자는 "투자자가 많다보니 대표가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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