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대한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 이후 여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PE의 경영실패 사례', '비정상적인 꼼수' 등 MBK를 향한 갖가지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PE업계를 힘들게 하는 건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추가 자금을 밀어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건 PE를 대기업 지주사로 보는 잘못된 인식 탓이다. 과거 대기업 계열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지주사가 나서 증자하거나 자금을 대여하는 등 조치가 있었다. 하지만 PE업계는 이같은 요구에 대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피투자사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출자자(LP)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복잡한 펀드 구성…GP‧LP‧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만 100곳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PE와 펀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PE에는 투자 능력이 뛰어난 인물들이 모인다. IT, 전자, 바이오, 유통 등 각 산업별 섹터에 전문성을 갖춘 심사역들이 투자기업을 발굴하고 해당 기업을 인수(또는 투자)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겐 자금이 부족하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실탄'이 없으니 투자를 집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LP들을 찾아다니며 자금을 모으는 '펀딩'을 진행한다. LP들은 PE가 가져온 투자처가 어떤 곳인지, PE는 그동안 어떤 투자를 집행했는지, 그 성과는 어땠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 성과를 쌓은 PE들은 이후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한다. 블라인드펀드는 투자처를 정해 놓지 않고 먼저 자금을 모은 뒤 투자처를 찾아 투자하는 펀드다. 쉽게 말해 PE(GP)의 능력만 보고 자금을 먼저 지급한다는 얘기다.
아무리 자유도가 높은 블라인드펀드라지만 PE는 마음대로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 투자 집행 과정에서 LP와의 협의는 필수적이다. 블라인드펀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금도 제한적이다. 가령 '조 단위' 딜을 진행한다면 블라인드펀드에서 일부 자금을 투입하고 나머지를 인수금융이나 프로젝트펀드 등을 통해 조달한다. 이때 프로젝트펀드에 참여하는 LP 구성은 블라인드펀드와 다르다.
홈플러스 사례를 살펴보면 MBK는 '3호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펀드 출자자와 공동 투자 형식으로 에쿼티 형태로 2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나머지 4조7000억원은 국내 금융사 52곳으로부터 인수금융을 일으키는 등 외부에서 조달했다. 홈플러스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썼다. 참고로 인수금융 규모는 테스코가 홈플러스에 대여형식으로 지원한 2조원에 대한 차환을 제외하면 2조7000억원 수준이다.
정리하면 홈플러스에 관여된 주체는 MBK와 '3호 펀드 LP', 채권단 등으로 추려진다. 다만 그 수가 많다. 수십 곳의 LP와 수십 곳의 채권단을 합하면 100곳 안팎의 관계자가 홈플러스와 엮여 있는 셈이다.
◆ '만기 도래' 3호 펀드 운용 불가…펀드 간 교차지원 하면 '배임'
홈플러스에 대한 리파이낸싱(재융자) 등 지난 10년간의 펀드 운용 과정은 생략하고 현시점에서 홈플러스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이 가능한지를 살펴보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먼저 3호 펀드는 만기가 도래해 추가 운용이 불가하다. 지난 2013년 만들어진 3호 펀드의 만기는 10년이었다. LP 동의를 얻어 2년의 시한을 벌었지만 올해 10월까지 출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3호 펀드가 청산 절차에 들어간 지 오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3호 펀드가 움직일 가능성은 없다.
설사 3호 펀드의 만기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홈플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추가 출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LP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홈플러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돈을 내줄 LP들은 없다. 심지어 3호 펀드 LP 대부분은 홈플러스 투자에 대한 상각 처리를 이미 끝낸 상태여서 추가 투자의 유인이 없다.
펀드 간 교차투자가 가능하지 않냐는 의견도 나온다. 가령 3호 펀드에서 지원이 안 된다면 4호나 5호 펀드에서 자금을 대면 되지 않냐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4호나 5호 펀드에 속한 LP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LP들이 동의할 리 만무하다. A가 투자한 자금을 살리기 위해 B~Z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 만약 동의한다면 이들은 차후 각자의 회사에서 배임 등 사법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LP 간 사이에서 이해상충 등 여러 이슈가 발생해 자금 지원은 어렵다.
IB업계 관계자는 "그 어느 PE도 자사가 투자한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걸 원하지 않는다. 특히 홈플러스의 경우 민생과 관련이 깊어 PE도 최선의 선택을 하려했을 것"이라며 "다만 펀드 구조상 추가 자금 지원은 불가능하다. 이 지점에서 대중의 오해가 쌓이고 있어 안타깝다. 구조를 알면 이런 주장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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