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그룹 모태기업인 ㈜한진이 올해로 창사 80주년을 맞는다. 사람 나이로 치면 여든이 된 한진에는 '해방둥이 기업'이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한진은 창업주 故조중훈 창업주가 1945년 '한진상사'를 세우며 첫 발을 뗐다. 이후 성장과 변화를 거쳐 육·해상운송 및 항만하역 등을 아우르는 종합 물류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히 올해는 한진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고자 발표한 '비전 2025' 성과를 수확해야 하는 해이기도 하다. 비전 2025로 달성한 목표와 미완성 과제들을 집중 점검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한진이 올해 '비전 2025' 중장기 경영전략의 성과를 평가받는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2025년 '연 매출 3조5000억원·영업이익 1750억원'이라는 중장기 재무목표 달성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한진의 핵심 수입원인 택배사업 부문 수익성 악화 여파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증권가, 올해 연 매출 3조원 턱걸이 전망…영업이익 목표 달성 여부 촉각
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한진의 연간 매출액 3조142억원·영업이익 100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8% 줄었다. 영업이익 감소에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일시 부담분(274억원)을 처리한 점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진이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썼지만 2025년 목표 달성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한진이 지난해 재무 여건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2025년 목표 달성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진의 경영실적이 연 매출 3조780억원·영업이익 157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비전 2025 목표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 목표 달성이 무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진이 올해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1년 만에 영업이익을 74% 이상 끌어 올려야 한다. 한진의 2021년~2023년 연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12% 수준이다.
한진이 최근 나빠진 대외여건을 고려해 목표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선택을 내렸지만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앞서 한진은 지난 4월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경영환경 변화를 반영해 경영 계획을 재공시했다. 변경 이전 목표는 2025년 매출 4조5000억원·영업이익 2000억원이다.
한진이 비전 2025 중장기 경영 전략 추진에 착수한 시기는 약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진은 2021년 당시 창립 80주년을 맞는 2025년까지 연 매출 3조5000억원·영업이익 1750억원 달성과 함께 신용등급 상향 등 12대 중점 추진과제를 실행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듬해에는 조현민 사장과 노삼석 대표이사 사장이 공식석상에서 비전 2025를 직접 발표하며 보다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기존 목표 대비 매출은 1조원, 영업이익의 경우 250억원씩 높여 잡았다.
특히 오너 3세인 조현민 사장이 수장으로 취임해 비전 2025 경영전략을 진두지휘해왔던 만큼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조 사장은 2020년 한진 마케팅 총괄 임원으로 입성한 뒤 부사장직을 거쳐 2022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보폭을 넓혔다. 이후 2023년 3월에는 한진 사내이사로 선임돼 한진 이사회 일원으로 합류했다.
◆ 택배 부문 영업이익률 1%대…대전 터미널 고정비·차입 이자비용 부담 '이중고'
한진의 주력 사업인 택배 부문이 비전 2025 달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택배 부문의 연결 조정 전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1조151억원)은 1% 늘었다. 영업이익이 크게 줄면서 영업이익률도 2%에서 1%대로 떨어졌다. 한진은 전체 매출의 46%를 택배 부문에 의존하고 있다.
택배 부문 수익성이 나빠진 주 원인으로는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터미널 가동 초기 고정비 부담이 지목된다. 대전 메가 허브 터미널은 한진이 2021년 조성에 착수해 지난해 개장한 초대형 거점 물류센터다. 연 면적 14만9110㎡로 조성됐으며 사업비로만 2850억원이 투입됐다.
실제 택배 부문 감가상각폭은 눈에 띄게 확대됐다. 지난 9월 말 누적 기준 택배 부문 감가상각비는 56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 늘었다. 대전 메가 허브터미널 조성 이전 시기인 2020년 연간 감가상각 규모(394억원)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감가상각비는 건물·설비·기계 등 고정자산 취득 원가를 자산 사용 기간에 걸쳐 분할 처리하는 영업비용을 가리킨다. 통상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감가상각비도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된다.
대전 메가 허브 터미널 등 물류 인프라 투자 재원 조달을 위해 차입에 나서면서 이자비용 지출이 이어지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실제 한진은 컨테이너터미널과 해외법인을 제외한 지난 3분기 말 누적 별도 재무제표 기준 분기순손실 7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이 331억원으로 34% 뛰면서 적자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 말 한진의 총 차입금은 2조679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연스레 택배 부문이 한진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해진 상황이다. 지난 3분기 누적 택배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5%로 집계됐다. 한진의 영업이익은 하역 부문(781억원)이 전체의 73%를 책임지며 택배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한진은 크게 ▲육상운송(육운) ▲하역 ▲해운 ▲물류창고 ▲글로벌(국제특송·국제물류 주선업) ▲택배 ▲차량종합으로 사업 부문을 나누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하역 부문 영업이익 비중과 중요성이 과거 대비 증가했지만 오는 2월 독일 선사 하파크로이트의 '디 얼라이언스' 국제 해운 동맹 탈퇴로 인한 하역 물동량 변화 가능성 등을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며 "메가 허브터미널에 기반한 택배부문 수주 확대 및 네트워크 운영 효율화, 간선운임 절감 효과 역시 중점 점검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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