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희 기자] 스튜디오드래곤이 인수한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 'KPJ(케이피제이)'가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며 스튜디오드래곤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케이피제이가 야심차게 제작한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흥행 실패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 중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현재 2건의 차기작을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케이피제이의 반등을 노리겠다는 목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앞서 2016년 150억원을 투자해 케이피제이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케이피제이는 드라마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를 집필한 김영현과 박상연 작가가 속한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다. 두 작가가 사극 장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만큼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인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인수한 이후에 기대작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드래곤스튜디오의 발목을 잡았다. 회사는 2019년 판타지 드라마인 '아스달 연대기'를 공개했다. 총 18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왕좌의 게임과 유사한 장르를 모티브로 설계된 만큼 세트장 제작비에만 15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그 외에도 장동건, 송중기, 김지원 등 주요 배우들이 참여하면서 출연료와 시각특수효과비용 등을 포함해 총 54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됐다.
당시 아스달 연대기는 사전 프로모션에서도 54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작품 홍보에 나섰다. 동시대 대작인 '미스터 선샤인'보다 무려 20% 늘어난 역대 최대 제작비로 알려지며 시장의 기대감도 크게 상승했다. 유진희 중앙대 겸임교수가 발표한 '제작비 폭등에 따른 국내 드라마 시장의 변화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올해 기준 드라마 작품 당 최소 200억원에서 300억원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에도 아스달 연대기의 제작비는 매우 큰 규모의 투자였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난해한 세계관으로 드라마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그 손실을 케이피제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그럼에도 케이피제이는 출연진까지 교체하며 지난해 아스달 연대기의 시즌2로 '아라문의 검'을 선보였으나 이 역시 낮은 시청률을 피하지 못했다. 아라문의 검의 최종회 시청률은 4.6%로 아스달 연대기의 7.4%에 이어 또 다시 저조한 성과를 기록했다.
아스달 연대기 방영 이후인 2020년 케이피제이는 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이듬해에는 5억원의 손실을 냈다. 2022년에도 5억원의 손실이 이어졌고 지난해에는 1578만원으로 손실액을 줄이는 듯 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순손실이 또 다시 3억4501만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케이피제이는 장기간 적자를 기록하며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실제 이 회사의 자본총계는 2022년 마이너스(-) 8억원→2023년 -8억원→올해 3분기 -11억원으로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케이피제이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스튜디오드래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61억원의 연결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181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무려 242억원의 낙폭을 보였다. 케이피제이의 지속된 순손실 역시 스튜디오드래곤 연결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 한 관계자는 "유명 작가가 소속된 케이피제이의 성장성을 보고 스튜디오드래곤이 인수를 결심했지만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나 후속작이 연달아 실패한 건 뼈아프다"며 "제작사는 작품이 잘 돼야 이후에 더 큰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케이피제이가 실패를 만회할 좋은 작품을 내놓지 못한다면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현재 2건 이상의 차기작을 기획하고 있다"며 "차기 작품의 성과를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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