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스튜디오드래곤이 기업어음(CP)등급을 철회했다. 기업의 유동성이 개선돼 자체적인 자금 여력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디어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CP등급 취소로 향후 투자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달 12일 신용평가사에 CP등급 취소를 요청했다. 기업은 결산일 기준으로 6개월 이내에 CP등급 신규평가를 받아야 신용등급의 연속성이 유지된다.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본 평가 만기일에 맞춰 평가를 취소했다.
CP 상위등급인 A1에서 A3은 적기상환능력이 인정되는 투자등급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직전 6월 본 평가에서 '적기상환가능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A2등급을 부여받았다.
통상 기업은 단기적인 자금 수혈이 필요할 때 CP를 발행한다. 회사채와 달리 발행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기 때문에 CP를 발행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스튜디오드래곤은 회사의 자금조달 여력이 좋아져 때문에 등급평가를 취소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유동성이 상당부분 개선됐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1920억원으로 작년 동기 4299억원 대비 55.3% 감소했다. 부채가 축소됨에 따라 유동비율도 102.7%에서 190.9%로 88.2%포인트(P)나 상승했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단기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자금이 얼마나 충분한지 확인할 수 있는 현금 지급능력 평가지표다.
스튜디오드래곤이 부채를 급격히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글로벌 OTT 선판매 작품의 매출채권 회수기간을 단축해 1200억원의 차입금을 갚은 덕분이다. 미디어 작품 제작 산업의 특성상 차기년도의 편성이 연말쯤 확정되면 이를 선반영한다. 즉 TV나 OTT 플랫폼에서 다음 해 보여줄 콘텐츠를 미리 결정하고 계약을 맺게 되면 스튜디오드래곤은 계약내용을 회계에 반영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돈을 빨리 회수한 셈이다.
문제는 스튜디오드래곤이 현재 유동성은 대폭 개선했지만 향후 대작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미디어시장은 업황 특성상 대내외 요인에 따라 작품 수 편성에 영향을 받는 등 불확실성도 크다.
올 3분기만 봐도 스튜디오드래곤의 방영회차는 전년 75회에서 올해 59회로 감소한 데다 신작과 구작의 성과가 부진해 실적이 꺾였다. 매출액은 전년 2174억원에서 903억원으로 58.5% 쪼그라들었고 영업이익 역시 전년 219억원에서 마이너스(-)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현재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선판매를 통해 당장 유동성이 풍부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량급' 작품이 아닌 대작(빅히트작)을 만드는 등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며 "작품 편성 이전에 작품 제작비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자금 융통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도 "전반적인 미디어 영업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 동안 구사해왔던 작품별 ASP(평균판매단가)를 높여 리쿱율(제작비 대비 매출 비율)을 향상시키는 전략뿐 아니라 제작비 효율화 노력 또한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자체 현금성 자산을 활용하면 향후 제작 투자도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48억원 수준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과거 기업어음 발행을 대비해 신용등급 평가를 진행했지만 회사의 자금조달 여력이 좋아져 비용을 들여가며 등급을 유지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며 "보유한 현금성자산을 통해 자체 제작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추가자금이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외부 조달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