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영화 불법복제물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 그저 우리 영화 불법 복제물만 퍼지지 않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김지은 찬란 이사는 최근 딜사이트와 만나 "정부의 대응만으로는 영화 불법복제물 피해를 줄일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찬란은 이지혜 대표가 2010년에 설립한 영화 수입·배급사로 지금까지 수백편의 영화를 수입해 상영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이들은 작품성·예술성이 뛰어난 '다양성 영화'를 국내에 들여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성 영화란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다양성 영화 위주의 수입·배급을 해오던 찬란이 영화산업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불법복제물 문제를 실감하게 된 것은 올해 초 상업영화를 수입해 상영에 나서면서다.
찬란은 2023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됐던 '악마와의 토크쇼'를 제작사로부터 구매해 올해 5월 극장개봉 했다. 악마와의 토크쇼는 콜린과 캐머런 케언스가 각본, 감독, 편집을 맡은 공포 영화다. 심야 토크쇼 진행자가 악마에 빙의된 것으로 알려진 소녀를 쇼에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악마와의 토크쇼는 기존 다양성 영화에 비해 상업영화 성격이 강했던 터라 찬란 내부에서는 매출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시장에서 화제성도 커지자 불법복제물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피해도 컸다. 김 이사는 "영화산업이 과거에 비하면 많이 축소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예상 매출 규모보다 더 작게 나왔다"며 "영화산업이 전성기 일 때 비슷한 성격의 영화 매출이 100이라면 악마와의 토크쇼 매출은 30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불법복제물 유출이 없었더라면 최소한 50의 매출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2월11일 개봉될 '서브스턴스' 작품도 이미 불법복제물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김 이사는 "아직 개봉도 하지 않았는데 불법복제물이 퍼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직접 확인해 보니 다양한 사이트에 우리 영화가 버젓이 올라와 있더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과거 예술 영화 위주의 수입·배급을 주로 해오다보니 불법복제물에 대한 문제를 크게 실감하지 못했었다"며 "하지만 상업영화를 하면서 직접적인 피해를 봐보니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서브스턴스이 이미 개봉된 국가에서의 상영본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에는 서브스턴스 불법복제물을 보고 영화 내용을 리뷰하는 블로그 글도 늘어나고 있다.
김 이사는 "블로그 리뷰가 늘면서 이를 법적으로 대응하려고 했지만 고소해도 수사처벌이 어렵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블로그 리뷰 자체가 불법 영상물을 봤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지만 직접 유출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처벌이 힘들 수 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불법복제물이 올라와 있는 사이트를 관련 기관에 신고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김 이사는 "근본적인 대응 방법이 없다 보니 국내 영화 수입·배급사들은 영화를 수입할 때마다 '제발 우리 영화만 아니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대책을 추진함과 동시에 저작권법 위반이 영화 산업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적극 알려 저작권 관련 인식개선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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