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역할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1순위'로서 향후 국정을 이끌어 갈 임시 사령탑을 맡을 수 있는 만큼 한 총리의 리더십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계엄선포 직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뜻에 동조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권한대행을 맡기는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 국무위원 전원이 한덕수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를 비롯한 수석비서관 전원이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뒤 이어진 행렬이다.
다만 국무위원의 사표가 즉각 수리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현재 내각과 이번 사태를 해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민 여러분의 불안이 크실 줄 안다"며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모든 과정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간 이후에도 내각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치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과 함께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국민을 섬기겠다"고 덧붙였다
국무총리는 행정부 2인자로서 대통령 유고·궐위·부재 시 그 권한을 이어받아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가까운 예로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혐의로 탄핵됐을 때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5개월간 국가 수반 직무를 수행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규정하고 탄핵 절차에 돌입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게 된 만큼 윤 대통령이 2027년 5월까지 주어진 자신의 임기를 채우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덕수 총리가 황교안 전 총리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 총리가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계엄 선포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 총리가 동의했을 경우 '공범'이 될 수 있어서다. 각 부처 장관들이 국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심리적 탄핵' 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인 만큼 한덕수 총리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로서 국정에 몸 담아온 만큼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면죄부를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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