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SK플라즈마에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배경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그간 바이아웃(경영권인수) 딜을 주력으로 해온 하우스가 이례적으로 소수 지분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앤코는 SK플라즈마가 국내 혈액제제 시장을 과점한 가운데 해외 확장성도 충분한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한앤코는 SK플라즈마에 15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SK플라즈마가 진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38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를 매입한다. 이어 기존 SK플라즈마 2대주주인 티움바이오가 보유하던 구주 일부를 120억원에 사들일 예정이다. 이번 투자로 한앤코는 SK플라즈마 지분 27.5%를 확보한 2대주주로 등극할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바이아웃을 주력으로 하는 한앤코가 이례적으로 소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실제 한앤코는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적극적인 경영 개입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강점을 지닌 하우스다. 올해만 하더라도 SK플라즈마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는 카브아웃을 포함해 지분 과반을 확보하는 바이아웃 딜이었다.
한앤코가 지분 과반을 확보하지 않았던 투자는 지난 2018년 SK디앤디가 마지막이다. 당시 한앤코는 17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최대주주인 SK가스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보유 주식을 사들여 SK디앤디 지분 27.5%를 확보했다. 다만 해당 투자 역시 한앤코가 공동 최대주주로 등극해 공동 경영을 보장 받은 것을 고려하면 단순 소수 지분 투자는 아닌 셈이다.
SK플라즈마는 혈장을 원료로 하는 혈액제제 의약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혈액제제는 혈액 내 성분을 분획, 정제, 바이러스 불활화, 제거 공정을 거쳐 알부민 등으로 제조한 의약품이다. 과다 출혈에 따른 쇼크, 선천성 면역결핍질환, 혈우병 등 다양한 분야의 필수 치료제로 쓰인다. 특히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광범위하게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당초 한앤코는 지난해부터 SK플라즈마 경영권 인수를 타진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SK플라즈마의 해외 진출 등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현 대주주의 경영 역량을 신뢰하면서 지분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한앤코의 이번 투자는 경영 개입을 염두에 두지 않은 단순 소수 지분 투자로 알려졌다.
한앤코는 혈액제제 시장에서 SK플라즈마의 기술력과 성장성, 시장 점유율 등을 높게 평가해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국내에서 혈장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GC녹십자와 더불어 SK플라즈마 유일하다. 이 때문에 알부민 시장의 경우 양 사가 시장 점유율을 각각 절반 가량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가 국내 혈액제제 시장을 과점한 가운데 매년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SK플라즈마 실적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9년 900억원에 불과했던 SK플라즈마 매출(별도기준)은 지난해 1733억원으로 5년새 2배 가까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46억원에서 7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SK플라즈마의 해외 확장성도 한앤코가 지분 투자를 단행한 주요 포인트로 꼽힌다. 혈장을 원료로 하는 혈액제제 의약품은 원료 수급 한계로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다. 관건은 해당 기술의 진입 장벽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도 혈액제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한앤코는 SK플라즈마의 해외 진출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SK플라즈마의 해외 사업은 이미 시동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이 회사는 싱가포르 국립혈액원으로부터 물량 전량을 위탁 생산하는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혈장 약 2만 리터를 공급 받아 혈액제제 완제품을 싱가포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국부펀드(INA)로부터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현지 합작법인 설립의 물꼬도 텄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플라즈마는 녹십자와 더불어 국내 혈액제제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기업으로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실적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혈액제제 기술은 진입장벽이 워낙 높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이어 "한앤코가 모처럼 만에 소수지분 투자를 단행한 배경에도 이 같은 이유들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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