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한화그룹이 신설 지주사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에 한화비전을 합병시키기로 결정한 이유는 뭘까. 시장에서는 한화비전의 현금을 바탕으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한화정밀기계를 지원하기 위함으로 관측 중이다. 한화정밀기계가 개발하는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는 꾸준한 연구개발(R&D)이 필요한데 최근 이 회사의 실적이 부진하다 보니 지원해 줄 회사가 필요해졌다는 이유에서다.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는 지난 9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인적분할 돼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라는 신설 지주사로 적을 옮겼다. 아울러 한화비전은 내년 초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와 합병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장비회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한화정밀기계를 지원하기 위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와 한화비전의 합병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비전이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만큼 주춤한 실적과 별개로 R&D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한화정밀기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화정밀기계는 지난해 R&D에 전년보다 4억원 늘어난 507억원을 투자했는데, 매출액은 3904억원으로 같은 기간 24.6% 줄었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43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이렇다 보니 투자 재원으로 활용가능한 이익잉여금이 작년 12월말 기준 82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한화비전은 매년 9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보니 이익잉여금(기타포괄수익 포함)이 2172억원에 달한다. 즉 한화정밀기계를 전략적으로 키우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보니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에 한화비전 합병을 결정했을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다만 한화그룹은 소액주주보호 및 주가밸류업 측면에서 한화비전과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를 합병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순수지주사들의 주식 가치평가가 낮게 형성돼 있는 만큼 실질 사업을 하는 사업지주 형태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화그룹은 "일반적으로 국내 순수지주사들의 가치 평가는 낮게 형성돼 있고 실질 사업을 하는 사업지주 형태를 가져야 정확한 사업관련 정보가 공개돼 가치가 주식에 반영되는 형태"라며 "자금흐름개선이나 정밀기계를 지원하는 것보다는 소액주주보호 및 주가밸류업을 위한 조치로 합병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정밀기계는 반도체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장비 사업자로 전략 방향을 잡고 지난해 말 한화 모멘터 부문의 반도체 전공정 사업을 750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현재 HBM(고대역폭 메모리)용 신공정 장비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을 본격 추진하는 중이다. 현재 한미반도체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만큼 꾸준한 R&D 투자가 필수적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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