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BMW코리아가 2년 연속 국내 수입차 시장 왕좌에 앉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의 누적 판매 격차가 8000대 가까이 벌어진 데다, 경쟁사의 소비자 신뢰 하락 이슈가 되레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는 올 들어 8월까지 총 4만7390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5만341대)보다 5.9%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올해 수입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저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예컨대 올 8월까지 수입차 총 누적 판매량은 3% 줄어든 16만9892대였는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같은 기간 벤츠는 판매 대수가 16.3% 위축된 3만9666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차 판매 상위 5개 브랜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벤츠 딜러사들이 화재 이슈를 감안,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를 전개한 덕분에 판매 감소분을 일부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부분은 BMW와 벤츠의 판매 격차가 7724대까지 벌어졌다는 점이다. BMW가 벤츠보다 매달 1000대씩 더 팔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두 브랜드의 실적이 2936대 차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3배 확대됐다.
수입차업계는 BMW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입차 판매 1위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벤츠가 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한국 법인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EQE 화재가 발생하면서 주차된 차량 87대가 불타고 783대가 불에 그을렸다.
문제는 EQE의 몸값이 1억원을 웃도는 고급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였다. 당초 벤츠는 해당 차량 전 트림에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CATL 제품을 장착한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부 트림에만 CATL 배터리가 탑재하고 나머지 트림에는 세계 10위권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했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은 화재 현장을 방문했으며,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총 45억원을 기부했다. 또 신형 E클래스 세단을 최대 1년간 무상대여하기로 결정했으며, 뿔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서는 벤츠 전기차를 소유한 모든 고객에게 30만원 상당의 충전 바우처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에서 문제가 발생한 터라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BMW는 올 하반기에도 인기 신차를 출시하며 판매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세부적으로 지난달 준중형 전기 SUV인 'iX2'를 출시한 데 이어 '4시리즈 부분변경'(쿠페·컨버터블)의 판매를 시작했다. 또 연말까지 전기 세단 'i4', 완전변경 모델인 중형 SUV 'X3'와 '1시리즈' 등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BMW가 2015년 이후 8년 만에 수입차 1위를 탈환한 만큼 자리 수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연말 재고털이 기회를 활용해 판매 실적을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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