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시 기업의 초기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업과 증권사가 비교기업을 선정해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공모가, 두 번째는 이에 대한 기관들의 수요예측이다.
공모주 시장 과열 논란이 지속되자 금융당국 및 증권업계에서는 첫째 단계인 적정 공모가 찾기에 몰두해 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상장 예정기업들에 대해 직전월까지의 가결산 내역을 제출하도록 지시했고, 주관사들은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피어 그룹 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올해의 경우 거래소와 금감원의 송곳 심사가 이어지자 상장을 추진했던 기업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밸류에이션 산정에 이용된 세부 근거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던 한 상장사 대표는 "금감원이 거래처와 나눈 이메일 내역까지 확인하고 싶어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다만 두 번째 단계인 기관 수요예측 제도 개선에는 미적지근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말 금융위원회에서 허수성 청약 방지제도를 도입하며 시장 과열을 다소 누그러뜨렸으나, 이후에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기관 수요예측 열기는 지난해보다 더 뜨거워진 '초과열' 상태다. 올해 상장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약 40개의 기업 중 유일하게 희망밴드 하단으로 공모가를 설정한 뱅크웨어글로벌을 제외하면, 모든 기업이 밴드 상단 이상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문제는 과열을 이끄는 투자자 중 하나가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라는 점이다. 해당 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 45% 이상을 포함해 국내 회사채를 60% 이상 담을 경우 공모주 물량을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 2014년 금융위가 비우량채권에 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련 혜택을 줬는데, 이들은 공모주를 배정받은 뒤 빠른 수익실현에만 힘쓰고 있어 시장의 건전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특히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의 규모가 2022년과 2023년 말 각각 5700억원, 48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조25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며 공모주 시장의 과열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해당 펀드들은 공모주 물량 확보에만 초점을 둬 기관 수요예측에서 대부분 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PO 기관 수요예측시 '큰손'들이 투자 방향을 결정할 시 소규모 운용사들이 이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과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동일한 혜택을 받고 있는 코스닥 벤처 펀드의 경우 운용 조건으로 벤처기업 신주에 15%,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의 신주 및 구주에 35% 투자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반면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는 국내 코스닥 벤처 시장에 특별히 기여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IPO 제도의 취지가 신생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의 경우 받는 혜택과 타깃 운용시장과의 관련성이 높지 않은 모습이다.
이에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의 우선배정 혜택이 일몰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해당 혜택은 2020년 일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비우량채권 시장이 악화되자 3년 연장됐고, 지난 2023년에 또 한번 2025년까지 연장됐다. 증권가에서는 하이일드 시장의 활성화라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음에도 또 한 번 연장되며 일반 투자자가 배정받아야 할 몫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당국이 건전한 시장을 조성하고 투자자들이 합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특히 현재와 같이 아랫돌(공모주 시장)을 빼서 윗돌(비우량 회사채 시장)을 괴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에 피해가 발생하는 행태를 납득하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본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당국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