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전기 세단 EQE에서 발생한 화재로 중국산 전기차(EV) 배터리 공포가 커진 가운데 KG모빌리티(KGM)가 생산하는 EV에는 중국산 배터리만 사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산 배터리보다 국내산 배터리의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상황에서 KGM의 EV 판매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 KGM, 전기차 2종 전부 중국 BYD 배터리 장착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KGM이 판매하는 전기차 ▲토레스 EVX ▲코란도 EV 2종은 모두 중국 BYD 배터리가 탑재된다. 국내 완성차 가운데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업체는 KGM이 유일하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국산차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현재 보유한 전기차 라인업은 총 14종인데, 코나EV(중국 CATL)를 제외한 전 차종에서 국내 업체인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납품받고 있다. 기아는 총 12종의 전기차 중 레이EV와 니로EV만이 중국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CATL의 경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만큼 안전성과 관련된 논란이 중국의 타 업체보다 적다.
완성차 브랜드가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밝히고 나선 주된 요인은 지난 1일 발생한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다. 불이 난 EQE에 중국 파라시스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만큼 비교적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 LFP배터리, 원가부담 낮은 대신 짧은 주행거리…'가성비' 제격
KGM는 2021년 전신인 쌍용자동차가 BYD와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및 팩 자체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면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됐다. 전기차의 경우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개발과 설계 단계부터 배터리 제조사와 배터리팩 위치 등을 논의해야 한다. 특히 쌍용차는 BYD와의 협력으로 안정적인 부품 수급과 전기차 개발 기간 단축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의 효과를 기대했다.
두 회사의 첫 결과물은 지난해 9월 출시된 토레스 EVX다. 해당 전기차에는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장착됐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데, LFP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가능거리가 짧지만 원가 경쟁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NCM배터리는 촘촘한 에너지 밀도를 구축한 덕분에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신 가격 부담이 큰 터라 중형급 이상 전기차에 탑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이유로 현대차와 기아는 저가형 전기차에 CALT에서 만든 LFP배터리를 달고 있다.
KGM은 전기차 시장 후발주자로 뛰어든 만큼 보급형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려면 판매 실적을 올리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가성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토레스 EVX는 LFP배터리를 채택하면서 433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고, 세제혜택 기준 판매가격은 4550만원(엔트리급)이다. 동급인 기아 EV6의 경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94km이며, 가격은 토레스 EVX보다 1000만원 가량 비싸다.
KGM의 가성비 전략은 긍정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토레스 EVX는 출시 후 지난달까지 누적 6783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는데, 월평균 678대씩 팔리는 셈이다. 올해 6월 내놓은 두 번째 전기차인 코란도 EV 역시 LFP배터리가 장착된 결과 최대 주행거리 401km를 인정받았다.
◆ KGM "배터리 화재 안전성 문제 없어"…소비자 불안감 해소 관건
KGM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달리, LFP배터리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 입증이 됐다는 입장이다.
LFP배터리와 NCM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면서 전기가 발생한다. 통상 배터리 화재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불안정한 상태가 될 때 발생하는데, LFP배터리는 구조상 리튬이온 이동이 수월해 발화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KGM이 채택한 BYD의 LFP배터리 제조 공법은 특허 기술이다. 셀투팩 공법으로 셀을 촘촘하게 적재하고 셀과 팩 간의 접합상태 보강으로 외부 충격에 강하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KGM 관계자는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토레스 EVX 사고는 배터리 안전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며 "후미 부분에서 충돌한 내연기관 차량의 불이 토레스 EVX로 옮겨 붙으며 전소했지만, 추후 확인한 결과 배터리에는 화재 흔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화재는 약 26분 만에 진압됐는데, 통상 전기차 불을 끄는데 2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LFP배터리의 안전성을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국과 배터리 품질의 상관 관계를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제조사를 공개한다고 해서 소비자 불안감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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