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국내에 상장된 AI(인공지능) 관련 ETF(상장지수펀드)가 5일 증시 폭락의 여파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AI 산업 거품론'의 제기로 최근 보여왔던 하락세까지 털어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레버리지 ETF를 제외한 국내 상장 ETF 상품들 가운데 AI 관련 ETF 기준가는 지난 6일 대체로 상승했다. 예를 들어 'SOL 미국AI반도체칩메이커' 기준가와 'TIGER 글로벌AI 액티브' 기준가는 5일 대비 각각 11.53%, 11.4% 상승했다.
같은 기간 'TIGER 글로벌AI&로보틱스 INDXX'(10.77%), 'KOSEF 글로벌AI반도체'(10.08%), 'KODEX 미국AI테크TOP10'(9.48%), 'RISE 미국AI밸류체인TOP3Plus'(9.45%) 등도 10% 안팎의 기준가 상승을 나타냈다.
이들 종목을 포함해 AI 관련 ETF들은 지난 5일 증시 폭락 당시 기준가 급락을 함께 겪었다. 예를 들어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35.03%)을 비롯해 이름에 AI가 들어가는 ETF 16종의 기준가가 5일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6일 국내 증시는 전날 폭락의 여파를 딛고 어느 정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영향으로 함께 떨어졌던 AI 관련 ETF 기준가도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3%, 코스닥지수는 6.02% 각각 올랐다.
다만 AI 관련 ETF 기준가가 앞으로도 오름세를 보일지 불확실하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및 중동 전쟁 가능성 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여기에 AI를 향한 기대가 '거품'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AI 관련 ETF 상품 대다수는 지난해 시작된 생성형 AI 열풍을 타고 출시됐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상장된 국내 ETF 161종 가운데 19종(11.8%)의 이름에 'AI'가 포함됐다. 이름에는 AI가 없지만 AI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까지 합치면 비중은 더욱 커진다.
이 ETF 상품들은 AI 관련 시장의 성장 기대를 기반으로 강세를 나타내왔다. 예를 들어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IDC는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3년 149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27년 1511억달러(약 196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중순 들어 AI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AI 분야가 아직 수익을 내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막대한 투자비용이 AI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AI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는 미국 빅테크(대형 IT기업) 가운데 MS(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애플·알파벳(구글 모기업)·테슬라·메타플랫폼스의 2분기 이익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29.9%로 집계됐다. 2023년 4분기(56.8%)와 2024년 1분기(50.7%)를 밑도는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AI의 수익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미국 벤처캐피털사 세콰이어캐피탈은 최근 'AI에 관한 6000억달러(약 830조원) 질문' 보고서에서 "AI 설비투자에 들어간 돈을 회수하려면 6000억달러를 벌어야 하는데 최종 수요 시장의 소비자가 그만큼 돈을 쓸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이 반영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을 주요 투자처로 삼은 국내 AI 관련 ETF 역시 최근 약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 국내 ETF(레버리지 제외) 기준가 추이를 살펴보면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16.75%)을 비롯해 이름에 AI가 들어간 ETF 14종이 10% 이상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이달 28일(현지시각) 발표될 예정인 엔비디아 2분기 실적 결과가 국내 AI 관련 ETF 기준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AI 사업에 필수적인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 역시 이런저런 악재를 안고 있다. 미국 IT 미디어 디인포메이션은 3일(현지시각) 엔비디아가 설계 결함을 이유로 차세대 고성능 GPU 상품인 '블랙웰' 출시를 3개월 이상 미룰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가 엔비디아 등을 겨냥해 AI 산업 독점 금지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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