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서브컬처, 슈팅 등 비(非) MMORPG 장르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한 지분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주력 서비스인 MMORPG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외부에서 다양한 장르 신작을 발굴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 회사는 성장 과정에서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일 2024년 2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매출의 지속 성장 ▲비용 효율화 ▲자원 효율화 ▲자사주 취득을 포함한 주가 관리 등 4가지를 언급했다"며 "약속한 4가지 과제를 모든 측면에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실적 개선을 위해 크게 두 가지 전략을 짜놓은 상태다. 먼저 이 회사가 강점을 갖고 있는 MMORPG 경쟁력을 강화한다. 주력 상품인 리니지 시리즈를 서비스하면서 쌓아온 개발·운영 역량을 차기 MMORPG에도 이식해 나갈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MMORPG '쓰론앤리버티'가 다음달 17일 아마존게임즈를 통한 글로벌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블레이드앤소울2'와 '리니지2M'도 각각 중국, 동남아 지역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내부 기대작으로 꼽히는 MMORPG '아이온2'를 2025년 하반기에, 글로벌 IP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 MMORPG를 2026년 이후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비 MMORPG 장르에 대한 육성도 병행한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6월 출시한 난투형 대전게임 '배틀 크러쉬'뿐만 아니라 수집형 RPG '호연', MMO슈팅게임 'LLL' 등이 담금질에 한창이다.

엔씨소프트는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개발사에 대한 지분 투자와 M&A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30일 스웨덴 소재 신생 게임 개발사 '문 로버 게임즈'에 약 48억원의 초기 투자를 진행했고, 이날 추가로 국내 서브컬처 전문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원 규모의 지분 및 판권 투자를 단행했다. 아울러 엔씨소프트는 다음주 중으로 자사에서 운영하는 게임 플랫폼 '퍼플'에 외부 게임사가 개발한 트리플 A급 게임 4종을 선보이는 등 연내 다양한 게임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홍 CFO는 "엔씨소프트는 MMORPG를 통해 성장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MMORPG이기 때문에 (장르) 다각화를 한다고 해서 MMORPG에 대한 우리의 집중도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부 리소스를 활용해 다각화를 추진하지만 지역적·장르적 측면에서 외부 협업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투자와 M&A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투자는 초기 투자나 판권 확보 등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M&A는 전체적으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성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투자와 M&A를 병행하면서 발표할 수 있는 시점에 시장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M&A는 국내와 해외 투트랙으로 살펴보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주에게 이익이 될 수 있고,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떨어트리지 않는 것"이라며 "여러 군데 살펴보면서 옥석을 가리는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연말까지 본사 인력을 4000명 중반대까지 감축하는 비용 효율화 정책을 지속하는 동시에 삼성동 엔씨타워 등 비영업자산의 유동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3689억원의 매출과 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2%, 74.9%나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