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철강 1톤을 만들면 이산화탄소 2톤이 발생하는 기존 탄소 기반의 제철 기술에서 저탄소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전환이 시급합니다. 포스코는 석탄 대신 수소로 철을 추출하는 '수소환원' 기술을 앞세워 新철기시대를 선도하겠습니다."(천시열 포항제철 소장)
26일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2시30분을 달려 도착한 포스코 포항제철소내 파이넥스(FINEX) 3공장. 1500도의 열로 철광석을 녹이는 용융로에서 빨간 쇳물이 쏟아져 나왔다. 방열복을 입은 작업자는 힘든 기색 없이 쇳물의 온도를 측정하고 석탄을 넣어 온도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가까이 다가가니 뜨거운 열기로 숨쉬기 힘들었다.
기존 고로 조업은 환원반응(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작업)과 용융반응(환원된 철을 녹이는 작업)이 한곳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파이넥스는 이 작업을 분리한 것이 핵심으로, 유동환원로에서 환원, 용융로에서 용융과 환원가스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로와 달리 소결과 코크스공정을 생략하고 분철광석과 일반탄을 직접 사용해 쇳물을 만들 수 있다.
파이넥스에서 쏟아진 쇳물은 토페토카(쇳물 운반차량)을 통해 제강공장으로 옮겨진다. 하루에 8~9차례 운반한다. 포스코는 2007년 파이넥스 상용화 이후 현재까지 3400만톤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 내 근무하는 인력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이곳에선 하루 5000~5500톤의 쇳물을 뽑아내며 안정적인 조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공장 투어를 안내한 이창형 파이넥스공장 기술개발섹션리더는 "공정과 설비가 안정화 된 만큼 필요로 하는 근무 인력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를 상용화한 데 그치지 않고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이렉스(HyREX) 구상에 한창이다. 파이넥스는 수소 25%와 일산화탄소 75% 비율의 환원제를 쓰기 때문에 기술적 한계가 분명한 탓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는 파이넥스 유동환원로 기술 기반으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모든 공정을 수소와 전력 공정으로 대체한 기술이다. 수소는 철광석과 화학반응하면 물(H2O)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4개의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을 순차적으로 수소와 반응시켜 직접환원철(DRI)를 만들고 전기로에 넣어 쇳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파이넥스 3공장을 뒤로 하고 전기용융로(ESF) 파일럿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 설비는 3개월에 한 번씩 테스트를 거친다. 지난 4월 첫 출선에 성공해 15톤의 쇳물을 만들었다. 현재는 설비보수 작업 중이다. 포스코는 향후 다양한 품위의 원료와 시험 조업으로 원료 장입 분포 최적화, 내화물 개발, 쇳물 품질 확보 등 전기용융로 요소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목표는 2027년까지 연산 30만톤 규모의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투자비는 5000억원에서 1조원 사이로 추정된다. 공사에 앞서 시험설비 부지에는 기존에 놓인 자재를 옮기는 등의 터 닦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하이렉스 시험설비가 들어선 부지는 철도가 인접해 자재 운반 등이 수월하다"며 "올 연말까지 터 닦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 철강산업이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저탄소 기술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지원 확대 등 정책적 보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탄소중립 실현에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다 보니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은 탈탄소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을 펼치고 있다. EU는 10년간 무려 1조유로(1500조원)를 그린딜 정책 실행에 투입하고, 개별 회원국은 철강사의 탈탄소 전환 설비 투자비의 40~60%를 직접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천시열 포항제철 소장은 "하이렉스가 대한민국 경제 국보 1호인 포항제철소 1고로의 역할을 새롭게 맡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정부의 탄소중립 지원정책을 적극 활용해 철강의 경쟁력 있는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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