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한 분야만 집중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재다능한 융합형 인재가 되지 않고서는 생존하기 힘들다. 기업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사업다각화에 주력하는 이유다. 급변하는 사회‧경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사업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다변화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도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
건설업계에서도 사업 다각화 바람이 분 지 오래다.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는 신사업 발굴에 본격 나섰다. 특히 대형 건설사는 자회사‧계열사를 통해 신사업 개척과 확대에 나섰다. 그들은 신재생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춰 사업다각화 준비를 척척 마쳤다.
사업다각화 전략은 통했다. 대형 건설사는 제각기 '효자'사업을 키워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태양광사업, 현대건설은 원전사업,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사업 등 대형건설사들은 저마다 신사업을 효자로 하나씩 두고 있다. 진정한 효자는 부모가 아플 때 빛을 발한다. 건설사가 주력사업인 주택사업에서 부진을 겪자 신사업의 효도 덕분에 수익성 방어를 해냈다. 이제는 더 이상 '건설사'가 아니란 듯이 기업명에서 건설을 빼기도 했다.
건설사는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이 또한 국내 주택경기 침체 상황에서 추진하는 사업다각화의 일환이다. 국내 주택사업 수주물량이 대폭 줄어들자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섰다.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 규모는 2020년 이후 최대치를 달성했다. 일부 대형건설사가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낸 덕분이다. 최근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국가 주도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도 있었다.
사업다각화 여부가 올해 국내 건설사의 1분기 실적을 판가름했다. 건설사의 실적은 신사업 흥행 또는 해외 시장 진출 성공이 좌우했다.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일부 건설사는 최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호실적을 내고 있다. 건설사를 향해 던지는 뭉뚱그린 위로가 가끔 무안해질 정도다.
이쯤 되면 사업다각화에 나서지 않는 중소건설사가 안쓰럽다. 그들에게 사업다각화라는 비결을 알려주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다. 그러나 사업다각화, 중소건설사에겐 '언감생심'이다. 중소형 건설사는 신사업을 발굴할 자본력이 없다. 그들에게는 경영난 속에서 신사업을 연구하고 도전하는 행보도 사치다. 물론 해외로 진출할 여력이 있을 리 없다. 사업다각화, 대형 건설사에게만 근사한 해답이다.
오히려 중소건설사는 한 우물만 파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건설업과 유관한 사업을 함께 영위해왔지만, 최근 기존 사업만 그대로 두고 부수적인 사업을 정리하고 나섰다. 일종의 '사업 다이어트' 중이다. 다른 사업을 전개할 자금 여유가 없다.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서 극단의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셈이다. 주력사업인 건설업에 기투입된 비용, 인력 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건설업 외 다른 사업들을 정리하는 수순이다. 대형 건설사가 건설업을 비껴가며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중소형 건설사는 건설업에 더 치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중소건설사가 처절하게 한 우물을 처절하게 파봤자 고작 나오는 건 물 한 모금뿐이다. 최근 몇 년 새 워낙 주택재개발 수주물량이 대폭 줄었고 수주를 한다고 해도 원가율 상승으로 수익성 창출이 어렵다. 오히려 수주를 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다.
중소건설사도 모든 불편한 진실을 알면서도 '한 우물 파기' 전략을 고수하고 싶지는 않을 터. 그러나 건설업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마냥 손 놓고 있다가는 우물 파는 방법을 잊게 될 것 같다는 우려에서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회복할지 모르는 건설 경기를 기다리며 '지키기'모드를 취한다.
대형건설사가 여러 사업으로 손을 뻗어가는 한편 구석에서는 온 힘을 다해 한 우물을 파는 중소건설사의 미래가 걱정된다. 중소건설사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다 사업 과정에서 대형건설사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건설사가 무너지면 그 충격이 지역경제 전체로 번지게 된다. 최근 충남도가 대형건설사의 본사를 찾아가 도내 중소건설사의 하도급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요청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중소건설사의 처절한 생존전략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여야 건강을 해치는 다이어트를 중단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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