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재아 기자] 삼양이노켐이 지난해 비스페놀A(BPA) 사업 부진을 겪으면서 지주사 삼양홀딩스가 인식한 자회사 평가손익도 곤두박질쳤다. 앞서 누렸던 풍력발전 기저효과를 감당해야 했던 데다, BPA 공급과잉으로 마진까지 줄어든 까닭이다. 시장에선 중국기업들이 BPA 설비를 계속해서 증설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 상승세도 여전한 탓에 올해도 수익 방어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 중이다.

삼양이노켐의 지난해 매출액은 3859억원으로 전년 5614억원 대비 31.3%(1755억원) 줄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799억원에서 371억원으로 86.7%(2428억원) 급감했다. 2021년 최대 실적을 올리며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그룹의 새 캐시카우로 부상했으나 이듬해 수익성이 급전직하한 셈이다.

삼양이노켐의 실적 악화는 주력 사업인 BPA 부진이 주 요인이었다. BPA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의 원료로 쓰인다. 2020년 당시엔 세계 곳곳에서 풍력발전 설비가 구축되고 여기에 들어가는 날개 수요가 급증한 덕에 실적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렸으나, 이후 BPA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마진이 축소되면서 감당해야 하는 기저효과도 커진 것이다.

아울러 국제유가 상승세도 악영향을 미쳤다. 석유화학기업은 유가 대비 생산제품 가격이 높아야 마진 스프레드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스프레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문제는 삼양이노켐의 실적 부진이 모기업인 삼양홀딩스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단 점이다. 작년 말 삼양홀딩스가 인식한 이 회사 평가손실은 1088억5000만원으로 전년(2256억5600만원) 대비 음수(-)로 전환됐다. 같은 해 일본 미쓰비시상사로부터 삼양이노켐 지분 2.32%(108억원)를 마저 사들인 터라, 감당해야 할 손해도 더욱 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삼양이노켐 지분을 100% 쥐고 있는 삼양홀딩스 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 초 9만7300원에 달하던 삼양홀딩스 주가는 연말 6만8700원까지 29.4%(2만8600원)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2021년 삼양그룹의 역대급 실적에 삼양이노켐의 기여도가 상당했던 만큼 이듬해 모회사 주가 하락에도 이 회사가 미친 영향력이 컸을 것으로 판단 중이다.

시장은 삼양이노켐의 실적을 다소 회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현지기업의 BPA 설비 증설로 공급과잉이 예정된 데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단 이유에서다. 특히 국제유가는 올 4월 들어서도 80~85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시장에서 배럴당 100달러 유가 시대가 임박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당분간 유가 상승 리스크는 쉽게 떨쳐내기 힘들 전망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삼양이노켐의 BPA 사업은 앞서 그룹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데다, 김윤 회장 등 경영진의 기대가 컸던 분야다. 지주사 차원에서 유상증자 등으로 뒷바라지한 이력도 있어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올해 수익성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나, 대외적 리스크가 여전해 올해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