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품는다.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총 2조7000억원 규모 본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 마무리 될 경우 롯데케미칼은 단숨에 세계 4위 동박사업자가 된다. 롯데그룹 전체로 확대하면 동박 생산량만으로는 세계 1위에 오르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11일 자회사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LBM)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LBM은 지난 6월 롯데케미칼이 미국에서 배터리 소재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100만달러를 투입해 설립한 100% 자회사다. 이번 계약을 위해 롯데케미칼은 최근 LBM에 2750억원을 유상증가 한 바 있다. 해당 금액은 계약금으로 쓰이며, 본 인수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을 조달한다. 최종 인수 시기는 국내 및 해외 기업결합신고를 마친 내년 2월이다.

총 계약 규모는 2조7000억원이다. 이번 계약으로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이 보유한 지분 53.3%(2457만8512주)와 아이엠지테크놀로지 신주인수권 506만4829주도 가져온다. 아이엠지테크놀로지는 일진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동박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시다.

일진머티리얼즈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2조6000억원 수준이다. 이번 인수 금액에는 인주인수권과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돼 시가총액 대비 높은 금액으로 인수가 결정됐다.

이번 계약이 마무리되면 롯데케미칼은 단일 기업으로 SKC(22%), 중국 왓슨(19%), 대만 창춘(18%)에 이어 세계 4위 동박사업자가 된다. 현재 총 생산 가능 규모는 6만t 규모다. 올해 2분기까지 4만t 수준이었지만, 최근 말레이사공장 증설이 완료되며 생산량이 늘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27년까지 말레이시아, 스페인, 미국 등에 23만t 규모 공장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어 생산규모 확대는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공장은 대규모 수력발전을 이용한 값싼 전기료와 인건비를 토대로 안정적인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스페인 또한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원 사용으로 ESG 경영에 부합하는 생산시설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에 롯데케미칼 관계사인 롯데정밀화학 동박사업을 더하면 롯데그룹의 동박사업 세계 점유율은 더 커질 전망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솔루스첨단소재의 실질적인 지배회사다. 솔루스첨단소재는 SKC, 일진머티리얼즈에 이은 국내 3위 동박 업체로, 지난해 1만7493t의 동박을 생산했다.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는 세계 최초로 초고강도 동박 개발에 성공할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며 "롯데그룹 화학군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지소재사업 사업 역량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계열사간 유기적인 협업으로 회사와 고객, 주주의 가치 향상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사업에 4조원을 투자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됐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888억원, 영업이익 699억원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3885억원, 영업이익 468억원을 기록하는 등 견조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인수 이후에도 적극적인 투자로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지난해부터 미국에 건설 중인 3만6000t 규모 양극박 공장을 통해 유럽 및 미국 등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확장해 관련 시장을 선점할 방침이다. 현재 건설 중인 양극박 공장은 미국에 지어지는 최초의 양극박 공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