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국내 조선·철강업계가 포스코의 협력사 직원 직고용 여파에 긴장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의 시행으로 안전 및 노동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 별다른 제도적 장치 없이 협력사 직고용이 강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직고용 발표 이후 포스코는 눈 앞의 재무적 손실은 물론 임금체계에 대한 노노갈등, 하청노조의 반발 등 여러 부작용을 맞이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달 포항·광양 제철소 협력사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양 제철소에서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들 중 입사를 희망하는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채용절차를 진행한다는 골자다. 회사 측은 이번 직고용 규모를 약 7000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들은 단계적으로 포스코 소속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이번 조치가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통한 안전관리 혁신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밝힌 '다단계 하청구조를 포함한 하도급 문제의 근본적 개선' 방침을 실행에 옮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그간 제기돼 온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일단락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사측의 주장이다.
실제 포스코는 2011년부터 11년 간 하청업체 근로자들과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이어왔지만 2022년 최종 패소했다. 당시 대법원은 포스코가 하청 노동자들에게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고 이후 포스코는 관련 인원 55명을 직고용했다. 이 같은 노동 리스크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원청기업이 하청 노동자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법적으로 '사용자'가 된다고 명시한다.
이번 포스코의 행보에 국내 조선·철강업계는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무런 제도적 장치 없이 협력사 직고용이 '뉴노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국내 제조업의 경우 여전히 협력사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업 종사자의 63%가 하청 노동자로 집계됐다. 이외 철강(35.6%), 전자부품(16%), 자동차(10.2%) 등 주요 업종의 협력사 의존도도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협력사 직고용에 따른 막대한 재무적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단순히 협력사 직원들을 특별채용 형태로 고용하는데만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존 협력사와의 자산양수도 협의 과정에서는 비용의 단위가 수천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이외에도 협력사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에 대한 처우 등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없이 산적해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 관계자는 "직고용은 단순히 직원을 새롭게 채용하는 것이 아닌 협력사로부터 사업을 떠오는 행위"라며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협의 과정에 따라 천문학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종에 따른 경영 환경이나 특성도 협력사 직고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먼저 국내 철강사들은 건설경기 침체와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로 구조적 불황을 겪고 있다. 실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지난해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영업이익률이 각각 0.96%, 1.85%에 그쳤다. 조선업계 역시 수주 사업의 특성상 인력을 유동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 조선사들은 앞선 2016년 수주 절벽에 3만명 이상의 인력 감축을 단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조업에서 협력사를 두는 아웃소싱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도입돼 현재까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방식인데 이재명 정부에 들어와 반대로 가고 있다"며 "안전과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하청구조를 중단해야 한다는데 동감하지만 당장 꼬인 매듭을 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로 포스코도 진통을 겪고 있다. 포스코 직원과 협력사 직원 사이 임금체계에 따른 '노노갈등'이 촉발될 수 있어서다. 정규직으로 구성된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조의 김성호 위원장은 최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대직원 공감대 형성이라는 최소한의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된 일 처리 방식에 다시 한번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협력사 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천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는 13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적 채용'에 대해 반발했다. 이들은 "특별 채용을 통해 신규 입사하는 직원은 조업시너지 직군(S직군)으로 분류된다"며 "포스코가 밝힌 계획은 사내 하청 일부만을 대상으로 기존 생산직 전환 대신 별도 직군을 만들고 임금 수준에 차별을 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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