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지난달 말 열린 현대자동차 정기주주총회에서 눈길을 끄는 발표가 나왔다. 올해 3분기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 부분 변경 모델에 '레벨2플러스(+)'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레벨2 수준에 머물렀던 현대차의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한 단계 올라서는 셈이다.
G90에 적용될 레벨2+는 고속도로 등 제한된 환경에서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핸즈오프가 가능한 수준이다.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국내에 선보인 '감독형 FSD(Full Self-Driving)'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자율주행은 크게 0~5단계로 나뉜다. 0~2단계는 운전자, 3단계부터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 주도권을 쥔다. 현재 대부분 차량에 들어가는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2 수준이다.
문제는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다.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발단은 지난해 말 송창현 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의 사임이었다. 당시 송 전 본부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테크 스타트업과 레거시 산업 회사 사이에서 수도 없이 충돌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자율주행 전략이 사실은 내부 갈등과 엇박자 위에 서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이후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자율주행 경쟁력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테슬라가 국내에서 FSD를 선보인 시점과 맞물리며 위기감도 더 커졌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이 늦은 편"이라며 "중국 업체와 테슬라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가 조금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후발주자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현대차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공백이던 자율주행 수장으로 테슬라·엔비디아 출신 박민우 부사장을 영입했다. 연구개발(R&D) 본부장에는 애플카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만프레드 하러(Manfred Harrer) 사장을 선임했다. 현대차는 올해 G90을 시작으로 내년 말 차세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선보이고, 이후 일반 도심 주행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G90은 단순한 신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율주행 조직 재정비 이후 꾸려진 새로운 체제가 처음 내놓는 결과물이자, 현대차 자율주행 기술의 신뢰도를 가늠할 첫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계획이 아니라 결과다. G90이 실제 주행 환경에서 어느 정도 완성도를 보여주느냐다. 이번에도 시장의 의구심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현대차는 자율주행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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