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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외치더니 '알짜 쟁탈전'…은행권 공세에 2금융권 '속앓이'
박관훈 기자
2026.04.01 07:00:18
신한·KB국민은행 등 대환상품 확산…금리 인하 명분 속 고객 쏠림 가속
이 기사는 2026년 03월 31일 15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미지=Nano banana pro)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들이 '상생·포용금융'을 내세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우량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진 서민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상환능력이 검증된 우량 차주 중심의 '선별적 이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밥그릇 뺏기' 영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은 2금융권 고객을 1금융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맞춤형 대환대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현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기조에 발맞춘 행보지만, 동시에 우량 차주 확보 경쟁이라는 전략적 목적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 저축은행 이용자 전반을 대상으로 한 '저축은행 대환전용 대출'을 선보인다. 해당 상품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브링업&밸류업(Bring-Up & Value-Up)' 프로젝트를 저축은행권 전체로 확대한 것이다.


기존에는 계열사인 신한저축은행 고객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이를 업권 전반으로 넓혔다. 대출 한도도 최대 1억원으로 두 배 확대해 사실상 우량 차주 흡수 여력을 키웠다는 평가다. 재직기간 1년 이상, 연소득 2000만원 이상 차주가 주요 대상이며, 향후 대출이동시스템을 적용해 비대면 전환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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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기존 '국민희망대출'을 개편한 2금융권 대환전용 상품 'KB국민도약대출'을 출시했다. 연소득·재직기간 제한을 없애 외형상 접근성을 넓혔지만, 금리 상한(연 9.5%) 설정을 통해 리스크 관리와 고객 선별을 병행하는 구조다. 프리랜서와 개인사업자까지 포용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2분기 중으로 우리금융그룹 내 카드·캐피털·저축은행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대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대 2000만원 한도에 금리 상한은 연 7%로 제한한다. 하나은행 역시 서울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저 연 2.55% 금리의 '서울형 사업자대출 갈아타기'를 시행 중이다.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2금융권 고객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장 전선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과거에도 은행권의 타금융권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환 상품은 존재했다. 하지만 통상 은행 지주사 내 계열사 간에 영업 실적(KPI)을 부여하며 조용히 연계 대출을 진행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졌다. 이번처럼 특정 업권을 겨냥해 고객을 유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신용대출 이용 고객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1금융권으로의 안정적인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상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 역시 "다양한 포용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 지원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취약 차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포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2금융권의 우량 고객만 빼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상품이 재직기간·소득 기준을 두거나 일정 기간 이상 대출을 유지한 차주만을 대상으로 삼으면서, 결국 2금융권의 수익 기반을 지탱해온 '검증된 우량 고객'만 선별적으로 이동시키는 구조라는 비판이다.


핵심 고객 이탈을 지켜봐야 하는 2금융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우량 차주까지 빠져나갈 경우, 잔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연체율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특정 업권을 명시하는 대환상품 영업방식은 다소 이례적"이라며 "시장 전체적으로 채무자들을 지원하는 포용금융의 대의명분에는 동의하지만, 2금융권의 수익성이 다소 코너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은행권과 여신업권의 차주 구성이 달라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수익성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2금융권 우량 차주 흡수가 대출 문턱을 높여, 취약차주를 사금융으로 내모는 '금융 사각지대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은행권의 대환 확대는 포용금융 측면에서 차주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2금융권에서는 고신용·저위험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전체 수익성 악화와 리스크 조정 소요가 커져, 이를 상쇄하기 위해 나머지 차주에 대한 금리나 담보·소득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이미 은행·2금융에서 충분히 다루기 어려운 저신용·취약차주가 대부업이나 사금융으로 더 많이 밀려날 위험이 커진다"며 "정부의 포용금융 의도와 달리 '금융의 사각지대 심화'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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