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보험업계 전반이 예실차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메리츠화재만이 지난해 예실차 이익을 기록하며 이례적인 흐름을 보였다. 업계 대부분 보험사가 대규모 손실을 낸 상황에서 나타난 결과라는 점에서 배경을 둘러싼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그동안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손해율 가정을 적용해 온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다만 새 회계기준(IFRS17) 체계에서는 계리 가정을 실제에 가깝게 설정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과도한 보수성이 오히려 보험계약마진(CSM) 규모를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예실차는 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 마이너스(-) 3799억원, 삼성생명 -3702억원, 현대해상 -3498억원, DB손해보험 -2068억원, 삼성화재 -1350억원 등 주요 보험사들이 모두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예실차는 예상 보험금과 실제 발생 보험금 간 차이를 의미한다. 보험사가 사전에 예상한 보험금보다 실제 지급액이 많으면 손실이 발생하고, 반대로 실제 지급액이 예상보다 적으면 예실차 이익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보험금 지급 가능성을 반영한 예상 손해율을 높게 잡으면 보수적인 가정, 낮게 잡으면 낙관적인 가정으로 분류된다. 손해율 가정은 보험사의 미래 수익을 좌우하는 핵심 계리 변수 가운데 하나다.
최근 보험업계 전반에서 예실차 손실이 확대된 배경에는 신계약 확보 경쟁 과정에서 예상 손해율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해 CSM을 크게 인식해 온 관행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SM은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인식할 이익을 의미하는데, 손해율 가정을 낮게 설정할수록 초기 CSM 규모는 커지는 구조다. 금융당국이 신규 담보의 손해율 가정을 90% 수준으로 높이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도 이 같은 계리 가정의 낙관성을 조정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메리츠화재의 예실차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월 열린 2025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연간 기준 예실차 비율이 0% 수준이며 예정과 실제 간 큰 괴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결과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메리츠화재가 예정과 실제 간 차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흐름을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 배경이 되는 계리 가정의 적정성을 두고는 평가가 나뉘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손해율 가정을 적용해 온 회사로 평가된다. 예상 손해율을 높게 설정하면 실제 보험금 지급액이 가정보다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그 결과 예실차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2023년 2689억원, 2024년 1699억원 등 최근 몇 년간 예실차 이익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IFRS17 체계의 원칙과는 일정 부분 긴장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IFRS17에서는 계리 가정을 과도하게 보수적이거나 낙관적으로 설정하기보다 실제 경험에 최대한 근접한 '최선 추정(best estimate)'에 기반해 산정하는 것이 원칙으로 제시된다.
손해율 가정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설정하면 미래 이익인 CSM 규모는 줄어드는 대신 예실차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보험사의 실제 수익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예실차 관리 방식은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메리츠화재가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일정 규모의 예실차 이익을 목표치로 설정한 사례가 있었다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예실차는 계리 가정의 결과로 발생하는 수치인 만큼 사전에 목표 수준을 설정하면 가정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이번에 예정과 실제 차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를 낸 것은 의미가 있지만 무조건 보수적인 가정이 항상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험사의 계리 가정은 과거 지급 통계와 사고 경험 등을 바탕으로 실제 손해율과의 괴리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예실차 관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온 회사로는 KB손해보험이 자주 거론돼 왔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KB손해보험 역시 예실차 손실을 기록한 만큼 단순히 어느 한 방식이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그동안 메리츠화재는 보수적인 가정을 적용해왔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보수적인 가정을 강조하는 기조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기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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