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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이후의 이커머스, 생존을 묻다
권재윤 기자
2026.01.05 08:20:17
도미노 회생이 던진 경고…확장 경쟁 대신 신뢰·수익성 재정의 필요
이 기사는 2026년 01월 02일 09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지난 한 해는 이커머스 업계에 유난히 가혹한 시간을 보냈다. 명품·신선식품·패션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경영 위기와 회생 신청 소식이 이어졌다. 살아남은 이커머스들 역시 합종연횡에 나서거나 사업 전략을 수정하는 등 생존의 분기점에 서 있다. 거품이 꺼진 이후, 시장 신뢰 회복과 생존이라는 이중 과제가 남은 셈이다.


실제 2025년 들어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도미노 기업회생'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큼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명품 플랫폼 발란을 비롯해 초신선 육류 브랜드 정육각, 친환경 식품 브랜드 초록마을, 패션 플랫폼 브랜디와 하이버를 운영하던 뉴넥스 등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업계 전반에 경고음을 울렸다.


이 같은 연쇄 회생 절차는 이커머스 거품이 꺼진 뒤 드러난 후유증에 가깝다. 팬데믹 시기 오프라인 소비가 제한되면서 소비의 중심축은 단숨에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이커머스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거래액은 2018년 113조원에서 2019년 137조원으로 급증했고, 202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5.1%에 달했다. 당시 시장에는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문제는 이 비정상적인 호황이 일시적이라는 점이 간과됐다는 데 있다.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만들어진 수요를 구조적 성장으로 오인했고, 여기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며 밸류에이션은 현실과 괴리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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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이커머스 산업 특유의 구조적 한계도 누적됐다. 외형 확장 경쟁과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집행은 곧바로 재무 부담으로 이어졌다. 수익성 없는 성장 전략이 관행처럼 굳어졌고, 외상 거래에 가까운 정산 구조 역시 장기간 유지되며 리스크를 키웠다. 체력이 약한 사업자부터 시장에서 탈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품이 꺼진 이후 시장에 남은 것은 산업에 대한 불신이다. 투자자들은 이커머스업계를 이전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소비자와 판매자 역시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 사업자의 퇴장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플랫폼과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기회마저 위축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서 부정적인 소식이 이어지다 보니 신규 투자 유치가 쉽지 않고,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플랫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커머스의 성장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팬데믹이 만들어낸 착시 속에서 부풀려졌던 기대가 정상 궤도로 되돌아오고 있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확장 경쟁이 아니라, 수익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재정의다. 거품의 시대가 끝난 지금, 이커머스 업계는 이제 실력과 책임을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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