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지주사 ㈜두산의 100% 자회사인 두산베어스는 그룹 구조조정 국면에서도 살아남은 각별한 계열사로 평가되고 있다. 복수의 그룹사들이 두산베어스에 관심을 보였으나 두산은 끝내 팔지 않았다. 두산그룹에서 야구단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기업으로 유지되는 것은 오너 일가의 욕심이라는 평가다.
특히 두산이 B2C에서 B2B 기업집단으로 변모했으나 야구광이자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인 박정원 회장의 고집이 야구단을 쉽사리 놓지 못하는데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두산베어스는 바닥에 있는 성적 탓에 서울을 연고로 하는 구단임에도 인기가 시들시들하다. 구단 마케팅 효과도 잘 나갈 때와 달리 반감된 형국이라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베어스가 2020년 구조조정 당시 매물로 언급됐던 것은 두산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은 2000년대 들어와 소비재 부문을 매각하고 인프라 기업집단으로 변모하면서 B2B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OB맥주, 코카콜라, 버거킹, 처음처럼 등을 팔고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을 인수하며 플랜트, 에너지기업으로 변신했다.
B2B 인프라 기업으로 바뀐 SK가 리밸런싱을 위해 돈 안 되는 야구단을 매각한 것처럼 B2C 색채가 옅어진 두산도 구조조정을 위해 야구단을 팔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계열사로 남겼다. 통상 B2C 접점이 많은 기업집단이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효과를 노린다. SK에서 야구단을 인수한 신세계가 이마트, 스타벅스 등을 활용해 야구단을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두산은 B2B 집단으로 변화한 상황에서 야구단의 역할이 과거와 달리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산 채권단에서도 2020년 두산 구조조정 당시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비롯한 핵심 자산을 매각하면서 두산베어스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B2C 기업도 아닌데 야구단 운영을 통한 홍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채권단의 지적에도 두산은 야구단을 팔지 않았다. 2016년부터 그룹 총수를 맡고 있는 박 회장의 머릿속에서 두산베어스는 버리는 카드가 이니었던 셈이다.
구단주인 박 회장은 보드진 멤버로 야구단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재용 삼성 회장 등 다른 대기업집단 총수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은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고영섭 대표와 김태룡 단장도 두산베어스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박 회장의 야구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에 다닐 때 야구 동아리에서 2루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기대와 달리 2020년 야구단 성적은 곤두박질했다. 성적으로 말하는 스포츠에서 저조한 성적은 팬심이 떠난 요인이 됐다. 팬들이 뽑는 올스타에서 올해 베스트 12에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야구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기의 신호로 풀이된다. 시들시들한 두산베어스가 그룹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두산베어스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국민타자'로 불린 이승엽 전 감독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올해 더욱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2022년 가을 이뤄진 이승엽 전 감독 영입도 박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박 회장은 동시에 또 국내 최고 포수로 평가받은 양의지를 NC 다이노스에서 6년 최대 125억원에 데려왔다. 박 회장이 2022년 11월 SNS에서 이 전 감독, 양의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튿날 양의지의 FA 계약 사실이 보도됐다. 2021년 정규리그 2위에서 2022년 9위로 추락한 가운데 박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 이 전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었으나 중도 퇴진으로 박 회장의 투자도 실패가 됐다. 박 회장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4위, 5위 하려고 야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베어스다운 야구로 팬들에게 보답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약효가 듣지 못했다. 지난해 4위에서 이달 15일 기준 올해 9위로 침몰했다.
두산은 여전히 두산베어스의 활용 가치가 남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너일가의 욕심으로 무리하게 야구단을 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다. 두산 관계자는 "지금 세대한테 두산그룹이 뭐하는 기업인지 물어보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며 "야구단을 통해 알파 세대와 접점을 늘릴 수 있고 두산그룹 전체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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