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은 주차면수를 늘린다며 전이기둥을 설계에서 제외하려 합니다. 광주 화정 사고의 원인도 부실 구조였습니다. 전이기둥 없이는 그때처럼 또 무너집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
"포스코이앤씨는 불과 두 달 전 신안산선 붕괴 사고를 겪었습니다. 앞으로 신용등급 하락은 불가피해 가산금리 혜택도 못 받게 됩니다. 반면 저희는 3년 전 광주 사고 이후 손실을 극복하고 오히려 더 안전한 설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시공권을 두고 홍보관을 열고 본격적인 홍보전에 돌입했다. 두 건설사는 각자의 유리한 사업조건 및 안전관리 역량을 부각하는 한편 상대방의 과거 붕괴사고 이력을 언급하며 날선 비방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홍보관은 용산역 인근 베르가모 웨딩홀 건물에 설치됐으며, 4층에는 포스코이앤씨, 5층에는 HDC현산이 입주해 있다. 이날부터 개관해 시공사 선정 전날인 21일까지 운영된다. 입장은 철저한 신원 확인을 거쳐 조합원만 가능했다.
용산 정비창 전면 1구역 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에 지하 6층~지상 38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 12개 동을 포함해 아파트 777가구, 오피스텔 894실,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약 1조원이며, 한강 조망권을 확보한 서울 중심 입지라는 점에서 높은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해당 구역은 소규모 주택이 많아 조합원 수가 적고,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면에서도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이 혼합된 구역 특성상, 법적 용적률도 최대 800%까지 확보할 수 있다.
두 건설사는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조건을 내세우며 표심 확보에 나섰다. 포스코이앤씨는 '오티에르 용산'을 제안하며 ▲공사비 평당 894만 원 ▲LTV 160% 보장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선공사 후대금 방식) ▲대출 및 이자 없이 입주 시 100% 분담금 납부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맞서 HDC현산은 '더 라인 330' 브랜드를 앞세워 ▲공사비 평당 858만 원 ▲가구당 최저 20억 원의 이주비 ▲LTV 150% 등을 약속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용산역-용산국제업무지구 '연결'…누가 유리하나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은 '연결성'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 중심이자 교통 요지인 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데다, 최근 서울시가 추진 중인 국제업무지구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이에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은 모두 용산역과 정비창 단지를 직접 연결하는 개발 구상을 내놓으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 빅링크'라는 이름의 용산 네트워크 연결 구상안을 제시했다. 용산역에서 정비창 구역을 거쳐 국제업무지구까지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용산역에서 단지까지를 잇는 3가지 연결 방안을 제시했고 이 중 신용산역 게이트웨이와의 지하 연결을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내세웠다. 특히 연결안은 사전 타당성 검토까지 마친 상태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기술 검토를 통해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설계안을 도출했다"며 "용산역과 국제업무지구를 단지와 연결하는 '단일 블록형' 개발을 통해 풍경과 동선, 활용도를 모두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HDC용산타운' 구상을 발표했다. HDC현산은 본사가 용산에 위치해 있는 점, 용산 철도병원 부지 및 아이파크몰 등 용산 일대에 다수의 개발·운영 자산을 보유한 점을 강조하며 용산 맞춤형 복합개발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HDC현산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아이파크'가 아닌 정비창 단지만을 위한 신규 아파트 브랜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용산정비창1구역이 다른 일반적인 아파트와는 차별화된 복합개발단지로 탈바꿈 하겠다는 포부다.
HDC현산 관계자는 "용산은 가장 잘 아는 지역이면서, 복합개발 역량을 집중적으로 발휘 있는 최적의 입지"라며 "단지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연결성과 생활권 전반의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vs 신안산…과거 붕괴사고 두고 '네거티브' 격돌
용산정비창 1구역 시공권을 두고 경쟁 중인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는 나란히 붕괴사고 이력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두 건설사는 각자의 안전관리 역량을 강조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사고 이력을 들추며 날선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초 발생한 신안산선 지하 구조물 붕괴사고의 여파를 의식한 듯 설명회 중간 중간에 '안전'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용산역과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연결하는 '포스코 빅링크' 설계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설계 안전성'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포스코이앤씨는 세계 1위 구조해석 프로그램 'MIDAS'를 활용해 국내 최고 수준인 '내진 특등급' 설계를 구현함에 따라 HDC현산(내진 1등급)보다 우위에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포스코이앤씨는 HDC현산의 전이기둥이 누락된 설계안의 허점을 지적하며,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전이기둥은 상부하중을 하부로 전달하여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는 기둥으로, HDC현산의 설계안에는 빠져있다는 것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HDC현산은 주차면수를 늘리기 위해 아파트 구조에 필수적인 전이기둥 설계를 누락한 도안을 제시했다"면서 "광주 화정 붕괴사고가 부실 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안전을 소홀히 하면 또 다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HDC현산은 포스코이앤씨의 신안산선 붕괴사고의 시점을 강조하며 반격에 나섰다. HDC현산의 붕괴사고는 3년이 지났으며, 이후 더욱 안전을 중시하는 설계 및 시공에 더욱 집중했으며, 당시 하락했던 신용등급도 이미 회복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포스코이앤씨의 신안안선 붕괴사고는 최근에 발생했기 때문에 막상 사업이 본격화된 시기에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커서 가산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HDC현산 관계자는 "광주 화정 붕괴사고 이후 하락한 신용등급은 모두 회복했지만 포스코이앤씨는 신안산 사고 직후로 2조원의 손실액 반영 등으로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돼 향후 2~3년간은 가산금리와 금융조달 측면에서 불리할 것"이라며 "이번 사고 여파로 신용평가 하락이 불가피하며, 사업이 본격화된 시점에 신용등급 하락으로 가산금리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조합원 선택 '오리무중'…아직 우위 가늠 어려워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조합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 두 건설사 중 확연히 우위에 있는 건설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 건설사가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비슷한 데다 각자 지역 이점 등 유리한 배경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개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 수준이다.
한 60대 여성 조합원 A씨는 "1980년대에 시집와 이곳에서 50년 가까이 살았다"며 "용산이 천지개벽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고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들이 늘 '부자를 만들어주겠다'며 설득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튼튼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를 짓느냐이다"며 "그 기준에 맞는 건설사에 투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남성 조합원 B씨는"어제 합동설명회에 참석하고 오늘 아침부터 홍보관을 찾았지만, 아직 어느 건설사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조합원 단체 카톡방에서도 매일 어떤 선택이 조합원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인지에 대해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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