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G디스플레이가 2조4000억원이 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업 성과와 더불어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효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2023년부터 자본적지출(CAPEX)을 감가상각비의 절반 수준으로 집행하는 기조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올해는 감가상각 부담을 더욱 줄이고 수익성을 빠르게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3월 안으로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이 마무리되면서 2조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도 들어와 LG디스플레이의 재무 개선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올해는 연간 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전환을 달성할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26조6153억원, 영업손실 560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여전히 지속됐지만 적자폭은 2조원 가까이 줄였다. 이는 수익성이 낮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점진적으로 정리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본업 성과가 개선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조4117억원으로, 전년(1조6827억원)보다 43.32%나 늘었다. 같은 기간 현금흐름 지표의 기반이 되는 당기순손실이 큰 변화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이 같은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이 회사의 당기순손실은 외화 관련 손실 등 영업외비용이 발생하면서 전년(2조5767억원)보다 6.5% 감소한 2조4092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감가상각으로 처리되는 비용이 늘어난 것도 한몫 했다. 실제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인 감가상각비는 회사의 수익 창출에 기여하기 때문에 장부상 비용으로 인식돼 영업손익과 순손익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현금흐름 상에는 실제 나가지 않은 돈이기 때문에 현금흐름에서는 플러스(+) 효과가 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감가상각비 및 무형자산상각비는 전년(4조2130억원) 대비 1조원 가까이 늘어난 5조1256억원으로 평가됐다.
회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IT용 6세대 중소형 OLED 생산라인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감가상각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보통 OLED 생산라인에 대한 감가상각을 5년에 걸쳐 반영한다.
이 회사는 유형자산 규모가 높아 감가상각 부담이 높은 편이다. LG디스플레이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유형자산이 전체자산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동안 LCD를 대체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선점하고자 수년간 대규모 시설투자(CAPEX)를 진행해온 결과다. 지난해에야 부진한 업황과 재정 상황을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CAPEX는 2조2916억원으로, 전년(4조1548억원)보다 44.84% 줄었다.
올해부터는 감가상각 부담이 줄어들면서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23년 '자본적지출(CAPEX)를 감가상각비의 절반 수준으로 집행하겠다'는 설비투자 계획을 선언한 바 있다. 회사 한 관계자는 "아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높은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았으나, 신규 투자를 필요한 영역에만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등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계획은 올해도 큰 어려움 없이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2조원대 초중반의 CAPEX 집행을 예고한 가운데, 감가상각비는 4조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스마트폰용 POLED 팹 일부와 올 하반기 광저우 OLED 팹 일부의 감가상각이 종료되는 등 비용 절감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2조원대의 CAPEX는 '필수 투자 금액'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회사의 핵심 고객사인 애플이 신제품을 준비할 때마다 스펙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이에 맞춰 기존 생산라인에 대한 보수 투자가 이뤄진다. 과거에는 IT와 팹에 신규 투자를 집중하는 식으로 CAPEX를 집행했다면, 최근에는 생산라인 투자와 같은 필수적인 부분에만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의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에 잉여현금흐름(FCF)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FCF는 회사의 여윳돈을 나타내는 지표로,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에서 설비투자(CAPEX)를 빼고 남은 값을 말한다. 그간 EBITDA 내에서 CAPEX를 효율적으로 지출하면서 FCF가 3000억원대로 올라왔다.
이달 말에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의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3월 안으로 2조원의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FCF 확대와 함께 차입 상환 기조까지 더해지며 재무 부담을 더욱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연간 영업이익 65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매출 25조6000억원, 영업이익 6500억원을 달성하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이후 비용 구조가 크게 개선되면서 올 상반기 영업적자 규모는 지난해 대비 크게 축소될 것"이라며 "P OLED 경쟁력 개선 및 비용 구조 개선으로 올해도 증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WOLED도 올 하반기 감가상각이 마무리되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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