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F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트렌트에 맞춰 새로운 ETF를 설계하고 상장한다. 딜사이트는 견실한 ETF 산업의 성장과 건전한 ETF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ETF 유튜브 채널 <ETF네버슬립>과 ETF 뉴스레터 <ETF네버슬립>을 운영하고 있다.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ETF 시장의 성장세가 거세다. 글로벌 ETF 시장은 지난해 15조 1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화로 2경이 넘는 규모다. 내년에는 20조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CAGR)이 20% 수준이니 무난히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이는 이례적인 성장 폭이라 향후 유지될지는 알 수 없지만 성장 흐름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ETF 시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에 비하면 1%에 불과한 규모지만 시장 확대 속도는 만만찮게 빠르다. 국내 ETF 시장 규모는 올해190조 원을 돌파했으며 조만간 200조 원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에는 170조 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성장세다.
성장세를 견인한 주요 키워드는 미국이다. 미국 증권시장은 지난 2년간 두드러지는 성과를 거뒀다. S&P500 지수는 2년 연속 20% 상승하는 등 역사적으로도 드문 고성장세다. 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에 투자하는 ETF에 대규모 자금이 쏠렸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 서학개미 마음 사로잡은 미래에셋
미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뜨거워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ETF를 출시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위를 점한 건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일찍이 미국 투자에 방점을 찍고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출시했으며, S&P500 지수 상품도 발 빠르게 선보인 바 있다.
시간이 지나며 미국 투자 ETF 가짓수는 늘어났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여전히 경쟁사들을 크게 따돌리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이 운용사의 미국 투자 ETF 순자산(AUM) 규모는 10일 기준 29조 4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미국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TIGER 미국S&P500 ETF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2종은 순자산 총합 12조 원을 돌파하면서 각각 아시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처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건 단순히 선점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강점 중 하나는 상품 개발력이다. 이정환 ETF운용1본부장은 "잘 만들어진 상품은 투자자들에게 인정받는다"며 "이러한 믿음 속에 다른 운용사와의 경쟁보다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ETF에 담긴 미래에셋의 강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한 미국 투자 상품은 다양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주요지수 ETF부터 관심도가 높은 테마에 집중한 ETF,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ETF까지 셀 수 없다. 이 본부장은 이 중에서도 TIGER 미국S&P500 ETF와TIGER 미국나스닥100 ETF를 비롯해 TIGER 미국필라델피아AI반도체나스닥 ETF,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등 상품을 주목해야 한다고 꼽았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AI반도체나스닥 ETF는 이름 그대로 AI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상승 동력으로 작용한 인공지능(AI) 열풍에 부합한다. 이 본부장은 "AI 반도체 산업의 성장 모멘텀은 여전히 강하며 이와 관련한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건 이 상품이 추종하는 게 필라델피아 AI 반도체 지수(AXOS)라는 점이다.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나스닥 증권거래소와 협업해 산출한 지수다. 시가총액이 3억 달러가 넘는 반도체 기업 20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TSMC 등이 포함됐다. 즉,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수부터 상품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에 맞춰 개발한 것이다.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는 미국 증권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 위주 기업들에 투자한다. 매그니피센트 7로만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내세워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끈 라운드힐 M7 ETF(MAGS)와 유사하다. 그러나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가 무려 2년 이상 이르게 탄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얼마나 선도적으로 기발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상품은 올해 주도주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배트맨(BATMMAAN)을 두루 담고 있다. 배트맨이란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이 새로이 제시한 신조어로, 8개 종목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매그니피센트 7에 브로드컴을 추가했다.
포트폴리오에서 알 수 있듯 이 ETF는 AI라는 차세대 혁신 기술에 집중 투자한다. 그것도 반도체부터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기기와 소프트웨어까지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이 상품은 2021년 4월에 상장됐는데도 현재의 투자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시장 추세는 장기적으로 이어지며 올해도 이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 혼란스러운 시장, 투자 기회 남아 있어
기록적인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미국 증권시장에 대한 밸류에이션 우려가 커졌다. 실제 S&P 500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역사적 평균을 상회한다. 올해 들어 각종 변수가 부각되면서 하방 압력을 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본부장은 이에 관해 "미국 증권시장은 역사적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항상 단기 조정 구간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즉, 잠시의 하락장에 부화뇌동할 필요 없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약세 국면에서는 적립식 투자를 통해 저가매수 기회를 활용하고 장기적인 수익률 극대화를 노려야 한다"며 "꾸준한 적립식 투자는 긴 안목으로 보면 좋은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시장이 변동성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는 최근 나타난 시장 상황과도 부합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끈적끈적한 물가, 커지는 경기침체 공포 등으로 인해 미국 증권시장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S&P500 지수는 10일(현지시간) 기술적 조정 영역에 가까워졌고,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지수는 이미 돌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대를 걸 만한 구석은 있다. 특히 시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인하와 각종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은 기업의 실적 개선을 돕고 투자 확대 및 자사주 매입 증가를 유도하면서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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