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아재폰'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자회사 삼성전자판매를 통해 외부 협력사를 선정해 온라인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최근 10~20대 사이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이 애플의 아이폰에 밀리고 40대 이상 아저씨들이 쓰는 이미지가 쌓이면서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LG전자에 이어 뒤늦게 뛰어든 가전 구독이라는 신사업에도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협력사 선정 과정에서 일부 문구가 협력사에게 불리한 내용이 들어있어 협력사들이 비용이나 손실을 전액 부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일부 협력사에 대한 불공정 계약 우려도 나와 마케팅 업체들이 얼마나 공모에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스토어를 운영하는 삼성전자판매는 온라인 채널 운영과 콘텐츠 제작을 담당할 협력사를 선정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19일 모집을 시작한 이번 공모는 제안서와 프리젠테이션(PT) 심사를 거쳐 이달 18일 최종 업체를 선정, 24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계약 기간은 체결일로부터 1년이며, 예산은 매체비와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연간 20억4000만원에 달한다.
최종 선정된 업체는 삼성스토어의 온라인 채널 운영 및 홍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주요 업무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과 소셜미디어(SNS) 관리, 디지털 광고 집행 등을 포함한다. 특히 1020 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기획과 운영에 중점을 뒀다.
구체적으로 삼성스토어의 공식 채널로 활용되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는 '1020 세대 공략 SNS 기획·운영', '인플루언서 제휴 및 운영' 등 젊은 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크롤링(데이터 자동 수집·분석) 기술을 활용한 방안도 눈에 띈다. 방문자 리뷰 이벤트 운영과 특정 채널의 친구 수 증대를 위한 크롤링 프로그램 개발도 요구된다.
이 같은 삼성전자판매의 행보는 마케팅 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과 '삼성폰=아재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본사인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인공지능(AI) 구독클럽'에 힘을 실어 일찌감치 가전 구독 시장을 선점한 LG전자에 대응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LG전자의 올해 가전 구독 매출은 3분기까지 1조원을 돌파, 가전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스토어는 삼성전자의 가전과 스마트폰, TV 등 주력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지난해 3월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 현재 이름으로 변경됐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이번 명칭 변경을 통해 갤럭시·비스포크·스마트싱스·라이프스타일 TV 등으로 한층 젊어진 삼성전자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삼성스토어를 차별화된 맞춤형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판매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1996년 설립된 이후 전국에 '삼성 강남', '삼성스토어 홍대' 등 44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이후 매출은 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감소세를 보이며, 수익성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2021년과 202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1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지만 매출 대비 낮은 수익률에 머물고 있다.
삼성스토어 운영은 삼성전자판매가 담당하지만 전체적인 영업·마케팅 전략은 본사인 삼성전자 한국총괄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달 1일 AI 구독클럽을 출시하며 LG전자에 이어 가전 구독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전자판매의 이번 마케팅 협력사 선정은 신규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다만 이번 협력사 선정 공고문에 기재된 일부 문구를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판매는 '계약 체결 전 당사의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사업 지연, 중단, 취소 시 어떤 비용도 지급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업체는 일체의 이의제기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협력사가 사전 준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이나 손실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구조다.
법조계 한 전문가는 "계약 체결 전이라고 해도 교섭 과정에서의 중단이나 파기와 관련된 비용 문제는 민법상 공평의 원칙에 따라 보호받는 측면이 있다"며 "판례 역시 일방적인 계약 교섭 중단으로 상대방이 입은 손해에 대해 일정 부분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고문에 이의 제기나 손해배상 청구 불가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더라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협력사가 계약 체결을 위해 사전적으로 큰 비용을 투자했음에도 협상이 중단된다면, 불공정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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