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현대카드를 상대로 '갤럭시' 상표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리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상표에 대한 저명성이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며 지난 27일 특허법원은 현대카드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11월 현대카드가 보유한 갤럭시 관련 상표 등록을 무효로 판단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유지한 것이다. 양측 소송 대리인은 전날 판결문을 전달받았다. 상고장 제출 기한은 내달 12일까지로, 현대카드는 이 기간 동안 상고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현대카드가 법적 다툼을 벌이는 상표는 ▲도메인 갤럭시 ▲Domain Galaxy ▲Hyundai Card 도메인 갤럭시 ▲갤럭시 노스 ▲Galaxy North 등 총 5종이다. 현대카드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 특허청 심사를 거쳐 이 상표들을 개별적으로 등록했다. 이 중 도메인 갤럭시는 현대카드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파트너사들과 맺은 '데이터 동맹'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현대카드의 상표 등록이 자사의 갤럭시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특허심판원에 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0년 이미 확보한 갤럭시 상표권이 침해됐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현대카드는 갤럭시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일 뿐이고, 도메인 등 갤럭시와 구별되는 단어를 결합했기 때문에 소비자가 혼동할 가능성은 낮다고 맞섰다.

특허심판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국내외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저명한 상표라고 판단, 현대카드의 소 제기를 기각했다. 또 현대카드가 갤럭시에 추가한 도메인이나 노스 등 단어 자체도 독자적인 식별력이 부족하고, 상표의 지정상품 대부분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관련 제품군과 경제적으로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결론 내렸다.

현대카드는 이에 불복, 올해 1월 특허법원에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2심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사업 영역이 명확히 드러나는 상표에 대한 소송은 취하하고, 자사의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케팅 및 금융업 관련 상표만 법적 판단을 다시 구하는 전략으로 변경했다.

이번 2심 판결에 대해 이승룡 한양국제특허법인 파트너 변리사는 "저명 상표는 특정 업종에 국한된 주지 상표와 달리, 업종이 달라도 소비자 혼동 가능성이 있다면 폭넓은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이 갤럭시 상표를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용하며 애플과 함께 시장을 양분할 만큼 강력한 인지도를 얻은 저명 상표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금융업 등 다른 업종에서도 소비자 혼동 가능성을 이유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변리사는 또 "법원은 스마트폰과 금융 서비스 간 직접적인 연관성은 크지 않지만 휴대폰을 통한 결제 등으로 두 업종 간 경제적 연결 고리가 형성돼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점에서 갤럭시를 저명 상표로 인정했으며, 현대카드가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현대카드 측이 갤럭시에 결합된 단어가 독자적인 식별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저명 상표의 과도한 보호가 부당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상고심에서 다시 다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