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현대카드와의 '갤럭시' 상표권 분쟁에서 2년 6개월여 만에 최종 승리를 거뒀다. 1심과 2심에서 잇달아 승소한 데 이어, 현대카드가 최근 상고를 포기하면서 법적 다툼은 종결됐다. 이번 결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상표에 대한 권리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특허법원은 지난 13일 현대카드가 등록한 '도메인 갤럭시', '현대카드 도메인 갤럭시', '갤럭시 노스' 등 5건의 상표에 대해 등록 무효 판결을 확정했다. 이 판결은 지난달 27일 선고됐으나, 현대카드가 상고 기한인 이달 12일까지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현대카드는 3심에서도 원심 판결을 뒤집기 어렵다고 판단, 결국 상고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11월 16일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국내외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춘 저명한 상표라고 인정했다. 또한 현대카드가 갤럭시와 결합해 사용한 '도메인'이나 '노스' 같은 단어들도 독자적인 식별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패소한 현대카드는 변호인단을 수차례 교체하며 2심에 적극 임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과 밀접한 상품 분류(9, 38, 42)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고, 본업과 관련된 35와 36 분류에 집중하는 '전선 좁히기' 전략까지 꺼내들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에 소송 장기화로 인한 비용 부담과 승소 가능성 부족 등을 고려, 상고 포기라는 현실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법적 판단이 손해배상 등 민사 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제된 '도메인 갤럭시' 등 상표들은 주로 현대카드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파트너사들과 맺은 '데이터 동맹' 명칭에 활용됐다. 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상표를 기반으로 전개하는 사업 영역과는 거리가 멀어, 직접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보다는 갤럭시 상표에 대한 삼성전자의 권리가 한층 강화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처럼 갤럭시와 다른 단어를 추가하는 방식의 상표 등록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번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상표 관련해 유리한 판례를 확보했다. 이는 향후 유사 상표에 대한 법적 분쟁에서 상대방보다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는 핵심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룡 한양국제특허법인 파트너 변리사는 "현대카드가 상고 기한 내 상고를 포기하면서 특허법원의 판결이 확정됐다"며 "이는 현대카드가 도메인 갤럭시 등 갤럭시와 관련된 상표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다른 기업들이 갤럭시를 포함한 상표를 등록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이번 판례를 바탕으로 적극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카드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 특허청 심사를 거쳐 도메인 갤럭시 등의 상표를 개별 등록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현대카드의 상표 등록이 자사 갤럭시 상표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며 특허심판원에 등록 무효 소송을 냈다. 이에 현대카드는 갤럭시가 일반적인 단어에 불과하고, 도메인 등 충분히 구별 가능한 단어와 결합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맞서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