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지주사 전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사모펀드 주주와 적극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교보생명은 내년을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데 사모펀드 주주를 설득하지 못하면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조대규 사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보험업권 간담회를 마친 뒤 딜사이트와 만나 "(지주사 전환 관련해) 사모펀드 주주와 열심히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2월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식화하고 내년을 목표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 목표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정했지만 상황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시점도 늦춰졌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오너 경영인인 신창재 회장과 사모펀드 주주인 어피너티컨소시엄 사이 풋옵션 분쟁이 지주사 전환 추진에 영향을 크게 끼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교보생명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사모펀드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풋옵션 분쟁으로 긴 시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 사장이 올해 초 대표에 선임된 배경에도 교보생명의 이런 상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였다. 조 사장이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협상안 제시 등 업무도 맡은 적이 있는 만큼 사모펀드와 관계 개선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교보생명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조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소통 역량을 한 가지 이유로 꼽았다. 당시 임추위는 "적극적 소통 역량과 공감 리더십, 혁신 실행력 등 최고경영자로서 품성과 자질을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현재 풋옵션 분쟁 관련해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서 2차 중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르면 9월 결과가 나온다. 2차 중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결과 발표 이전에 합의점을 찾는 편이 양쪽 모두에 이득이라는 분석도 업계에서 나온다.
1차 중재 때는 신 회장의 풋옵션 이행 의무는 인정됐지만 사모펀드가 원하는 금액으로 풋옵션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2022년 2월 어피너티컨소시엄은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2차 중재를 신청했다.
조 사장은 이날 분쟁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교보생명(그룹)은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새 성장동력 발굴 등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교보생명에 실적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교보생명이 7월 공시한 '2024년 1분기 교보금융복합기업집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개별 또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소속금융회사 12곳의 순이익 합계는 3114억43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교보생명에서 거둔 순이익은 3110억원으로 99.8%를 차지한다.
지주사 전환은 어피너티컨소시엄과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신 회장과 풋옵션 분쟁을 이어온 이유는 결국 성공적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다. 지주사 전환으로 교보생명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가치도 높아지는 만큼 성공적 투자금 회수의 기회가 생긴다.
올해 6월 말 기준 신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36.37%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EQT 파트너스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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