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놓고 다툰 오너일가의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 측과 손을 잡은 이후 형제 측과도 합의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북경한미와 코리그룹 간 부당내부거래 의혹 조사를 비롯 형제들의 상속세 재원 마련,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및 향후 역할 분담 등의 숙제들이 아직 산적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국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가족 간 불협화음이 극적으로 봉합됐다"며 6개월여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 대한 종식을 선언했다.
앞서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이달 3일 신동국 회장에게 한미사이언스 주식 444만4187주(지분율 6.5%)를 넘겼다. 더불어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계약도 체결했다. 특히 송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향후 한미약품그룹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며 대주주는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구조로 가겠다는 복안이다.
그리고 10일 신 회장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측은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이 종식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종윤 이사는 지난 주말 귀국한 뒤 9일 저녁 신 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과 송영숙 회장, 임종윤 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임주현 부회장 등이 이번 합의에 이른 배경에 ▲상속세 재원 마련 ▲북경한미와 코리그룹 간 부당내부거래 의혹 조사 ▲신동국 회장에 대한 이미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경우 한미사이언스 주식 444만4187주(지분율 6.5%)를 약 1500억원에 신 회장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의 잔여 상속세 규모다.
임종윤 이사의 경우 코리그룹을 겨냥한 한미약품의 부당내부거래 의혹 조사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코리그룹의 손자회사 룬메이캉과 북경한미간 일감 몰아주기와 불투명한 계약 등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조사가 확대될 경우 코리그룹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임성기 회장 일가의 지원자 역할을 했던 신동국 회장 입장에서는 올해 초 경영권 분쟁 과정과 이번 모녀 측 지분 인수를 통해 경영 전면에 부상하며 '한미약품그룹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분쟁을 종식하는데 일조하며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불안과 우려를 해소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만 한미약품그룹이 안정화될 때까지 남은 과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먼저 모녀 측의 상속세 문제는 해결했지만 형제 측 부담은 여전하다. 현재까지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지만 보유주식 대비 높은 주담대 비율과 이자부담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형제 측도 신동국 회장에게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는 한미약품에 대한 신 회장의 지배력을 더 강화해 향후 기업의 오너십에 대한 의문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 역시 나온다.
북경한미와 코리그룹 간 부당내부거래 의혹 조사도 숙제다. 모녀와 형제 측이 경영권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 했지만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공식적으로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명확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힌 만큼 사안을 조용히 덮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사를 확대해 자칫 회계상 문제나 외부감사의 적정성까지 불똥이 튈 경우 한미약품의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정선을 찾는 부분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역시 신 회장과 송 회장, 임종윤 이사, 임종훈 대표, 임주현 부회장 간의 면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향후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운영될 경우 현재 임종훈 대표의 거취 및 새 대표 선임과 관련한 잡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신 회장과 모녀 측의 연대로 분위기가 안 좋게 흘러가자 급하게 이를 봉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다만 누가 오너십을 가질지나 임성기 회장의 자녀들이 구체적으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합의는 부족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형제 측이 모녀와 같이 신 회장에게 지분 일부를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주도권을 잡고 있는 신 회장 입장에서도 지분율이 지금보다 더 높아지는 일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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