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스퀘어가 올 상반기 수장 교체와 그룹발(發) 리밸런싱 등 대대적인 변혁기에 접어들면서 '비주력 포트폴리오'로 전락한 11번가 매각에 전력투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ICT 포트폴리오 강화 중책을 맡은 신임 사장의 반도체향(向) 투자 기조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최근 오랜 침묵을 깨고 매입 희망자까지 등장하면서 연내 매각이 가시화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오랜 매각 난항에 11번가를 다시 품는 상황까지 염두했던 SK스퀘어도 최근 호의적인 대내외 상황에 따라 매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SK스퀘어는 지난 3일 한명진 투자지원센터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한 사장은 포트폴리오 강화 경험과 투자·개발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ICT 수익성 강화에 주력하며 수년 내 글로벌 반도체 투자전문회사로 발돋움 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기조 아래 비주력 ICT 부문이 과감히 정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아픈 손가락인 11번가 강제매각 절차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전임 대표의 경질 배경에 11번가 기업가치 하락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연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 관계자는 "SK스퀘어가 최근 밸류업 여지가 낮은 포트폴리오는 재빨리 유동화하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매각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향후 반도체 빅딜에 나서기 위해서라도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고 말했다.
실제 최근 그룹사 리밸런싱 기조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SK스퀘어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는 우버와 합작한 '우티 유한회사' 내 지분을 정리하기 위한 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맵모빌리티가 수년째 적자행진을 이어온 만큼 몸집을 줄이고 그 자리를 반도체 관련 투자로 채울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특히 최근 한 사장 선임 시기에 맞춰 첫 구매 희망자가 등장하면서 매각 가능성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공개(IPO)를 위한 몸집 키우기에 나선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가 11번가 매각을 주도 중인 재무적투자자(FI)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인수 의향서를 전달했다. 오아시스는 3월말 기준 1243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인 만큼 적극적인 레버리지 등을 활용해 투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폭발적인 실적 증가로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면서 레버리지 등을 활용해 사업 투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며 지분 맞교환 등 옵션도 다양한 상태"라며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약진 등으로 업황이 한층 어려워진 상황에서 오아시스의 몸집 키우기와 SK스퀘어의 몸집 줄이기 전략이 맞아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11번가 최대주주였던 SK스퀘어는 연이은 실적 악화에 따라 상장이 무산되고 콜옵션까지 포기한 바 있다. 이후 투자금 회수에 실패한 나일홀딩스컨소시음은 보유 중인 지분(18.18%)까지 묶어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에 따라 강제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약진으로 국내 시장 경쟁이 한층 심화되면서 매각이 한층 까다로워진 상태다. 최근 들어 크게 낮아진 11번가 기업가치도 발목을 잡았다. 현재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023년 FI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당시(2조7000억원) 보다 80% 이상 급감한 5000억원대로 알려졌다. FI 투자금액이 5000억원이고 워터폴(Waterfall) 방식으로 자금이 배분되는 점을 감안하면 SK스퀘어가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사실상 제로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FI와 SK스퀘어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앞서 일부 컨소시엄 가입사 측은 SK스퀘어가 매각 움직임에 비협조적이라며 콜옵션 재협상 등으로 원복해야 한다는 책임론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반면 SK스퀘어 측은 FI 주도의 매각 절차에 협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11번가 기업가치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구매 희망 업체마저 나오지 않다 보니 일부 장외전도 있었다"며 "SK스퀘어 측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다시 11번가를 품으며 손익을 개선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했던 만큼 적정 조건이 맞춰진다면 서둘러 매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스퀘어도 최근 경영·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세부 사안은 공유된 바 없으나 매각 가능성을 꽤 높게 전망하는 편이며 관련 사안들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앞선 기조에서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겠으나 최근 대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속도가 한층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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