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은행에게도 신사업 진출 통로가 전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비금융 자회사에 대한 투자 제한이 완화되면 가상자산와 부동산, 통신업 등을 자회사로 두고 신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화로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Big-blur)' 시대 속에서 은행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금융사의 가상자산업 투자로 이어져 제2의 저축은행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하고 있다. 금산분리제도 완화 추진 속 은행의 계획을 살펴본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신한금융그룹도 최근 금산분리를 비롯해 전통적인 금융규제 빗장 풀기 움직임에 신사업 확대를 채비하고 있다.
이미 신한금융은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에 따라 배달앱 서비스를 런칭하기도 하고, KT와의 협업으로 알뜰폰 사업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신한금융의 방향성도 명확하다. 신사업을 통해 고객의 구매 패턴, 매출 정보 등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체 보유한 방대한 금융데이터와 ICT 분야의 비금융 데이터 간의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아 올해 초 배달 어플 '땡겨요'를 출시했다. 올해 1월 월간이용자(MAU)가 1만8462명에 그쳤지만 6월 기준 15만7301명으로 5개월 새 8.5배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신한은행의 '땡겨요'는 단순히 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고객의 다양한 데이터를 취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비스를 안착시켜 배달앱 4사로 자리매김하면, 앱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과 가맹점주(자영업자‧소상공인) 매출 정보 등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구매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고객 서비스를 다층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는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해 기간과 범위가 한정돼 있었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과 업무 연관성이 없어도 자회사를 거쳐 더 적극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한은행은 비교적 낮은 2%대의 수수료를 앞세워 지속적으로 땡겨요 가맹점을 늘리고 서비스 지역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비금융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알뜰폰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KT망을 쓰고 있는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를 체결하고 알뜰폰 요금제 12종을 출시했다. 신한은행의 알뜰폰 요금제의 특징은 모바일뱅킹 앱 '신한 쏠(SOL)'과 결합된 점이다. 신한은행이 알뜰폰 사업자에게 요금 자동 전산 시스템을 제공하면서 알뜰폰 사용자의 비금융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일례로 통신사업을 통해 확보된 통신비 납부내역, 휴대전화 이용정보 등은 최근 각 금융사가 추진하는 인증, 신용평가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나 자체 보유한 금융데이터로 포괄되지 않는 소비자들이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올해 1월 초 신한은행과 KT는 총 9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신한은행은 KT 지분 5.46%(약 4,375억원)를 전량 매입해 기존 보유 주식 0.02%와 함께 5.48%로 단숨에 KT의 2대 주주로 등극했다. 규제가 완화되면 여러 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한은행도 KT와의 동맹을 통해 사업기반을 마련해뒀다는 평가다. 금융데이터만으로 포괄되지 않는 씬파일러가 있는 만큼 금융사-통신사간 협업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자회사를 통해 신규 투자를 확대하기에도 유리하다. 다양한 데이터와 처리 기술, 콘텐츠 등 자산관리 영역을 강화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재빨리 발굴할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까지 총 302개사의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한 '신한 퓨처스랩'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특히 '퓨처스랩 뱅크플러스'는 신한은행이 추진하는 중점 사업에서 협업할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생활금융 콘텐츠와 서비스 ▲메타버스 플랫폼 내 연계 콘텐츠 ▲이상행동분석 고도화 및 데이터 익명 처리 ▲블록체인 연계 디지털자산 금융 서비스 ▲프롭테크 자산 추천 서비스 등 영역이 다양해 추후 금융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을 보유한 회사에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에 인수한 신한벤처투자(옛 네오플럭스)도 신규 투자를 위한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최근 2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해외벤처기업 투자 펀드에는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카드, 신한라이프가 출자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의 '땡겨요'나 카드의 마이데이터 사업 등은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고 고도화시켜 맞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신사업을 통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아 향후 계획을 정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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