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처리되면서 향후 삼성의 투자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총수 부재로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지연돼 왔다는 시각이 우세했던 만큼 이 부회장이 시장 기대감에 부흥할 만한 투자 카드를 꺼내들지가 관전 포인트다.
지난 9일 법무부의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허가 결정이후 관련 업계에서는 주춤했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투자와 더불어 대규모 인수합병(M&A)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의 경우 여전히 취업 및 해외출장 제한 등 경영활동 제약이 존재하지만 고위경영진들과의 접촉이 비교적 수월해진 만큼, 급한 투자건에 한해 속도를 내지 않겠냐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당장 급한 투자건으로 꼽히는 부문은 반도체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반도체 주요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잇달아 진행된 탓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상태다. 이를 위해 비메모리 분야에 약 171조원 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투자 규모가 경쟁사 대비 적다는 평가다.
현재 비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사인 TSMC와 인텔 등은 최근 잇단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약 10년에 걸쳐 장기 투자 계획만을 내놓은 삼성전자와 달리 파운드리 분야에 2~3년에 걸친 추가적 설비투자 단행을 강조하고 있다.
TSMC는 올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총 1280억달러(약 147조원)를 설비 투자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도 360억달러를 추가 투입해 생산라인 6개를 늘리기로 했다.
인텔 역시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알린 후 200억달러(한화 약 22조8000억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새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엔 파운드리 3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설도 돌고 있다. 기존 파운드리 시장 2강(TSMC-삼성) 체제에서 3강(TSMC-삼성-인텔) 구도로 재편하겠단 복안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투자 지연 탓에 상황이 그리 녹록지 못하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공식적으론 차세대 파운드리 생산기지인 평택캠퍼스 3라인 건설이 전부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경영 전선에 복귀할 경우 삼성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결정이 최우선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과 관련 투자 규모만 밝혔을 뿐 공장 건설 지역과 시기 등 세부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당초 거론되던 투자 규모는 170억달러(약 20조원) 가량이지만, 경쟁사들의 잇단 추가 투자건을 고려해 자금 투입량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파운드리 건과는 별개로 추가적인 자금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향후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부문 연간 자본적지출은 약 17조원 가량에 그친다. 이마저도 파운드리 외에 팹리스 및 연구개발비가 포함된 액수다.
관건은 투자 규모다. 앞서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전자의 투자가 지연돼 왔다고 평가받는 만큼 파운드리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 부회장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량은 사상 최대인 100조원을 넘어선 상태로 투자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할 경우 대규모 M&A를 제외하더라도 일단 급한 불(파운드리)은 꺼야 한다고 본다. 이를 고려하면 파운드리 분야에 추가적인 자금 집행도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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