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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SG, 허들 아닌 인도자 돼야
김진후 기자
2021.07.29 09:04:56
정부 가이드라인, 국내 상황 고려한 정교함·일관성 필요해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3일 07시 4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후 기자]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건설업의 민감도는 그중 남다르다. 부쩍 환경 부문의 중요도가 높아진 가운데 화학 플랜트 건설 사업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기존에 문제가 된 불투명한 지배구조, 취약한 안전관리 등도 예민하긴 매한가지다. 건설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친환경 신소재 및 자재를 개발했다고 홍보하는 이면에는 ESG에 대한 경계심이 자리 잡고 있다.

ESG가 이토록 회자되는 것은 단순한 '꼬리표'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ESG 경영 성과가 기업 수익성에도 직결되도록 시스템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구글·애플은 협력 업체에도 자사와 같은 수준의 ESG 경영을 요구 중이고 이는 제조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일면 해외보다 빠듯한 한국형 ESG(K-ESG) 규정이다. 무엇보다 후발주자라는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ESG 과도기인 국내 사정에 맞는 촘촘하고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600여개의 ESG 관련 평가 지표가 난립하는 가운데 자칫 지나친 지표 설정으로 여타 국가 대비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ESG를 취득한 기업에 혜택을 주는 파지티브(Positive) 형태로 도입을 시행하고 있지만 막상 취득하지 않은 기업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회사채 조달 과정에서 조달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특히 환경(E) 부문에서 이런 갈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삼척블루파워는 K-ESG 적용에 따라 회사채 미매각이라는 선례를 남겼다. 급속한 탈석탄 기조가 도래하면서 투자기관들이  발행 회사채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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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환경부의 완고한 입장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현재 K-ESG 제정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이고 실질적인 규정 입안은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다만 산업부를 컨트롤 타워로 삼되 분야에 따라 환경부 등 여타 부처와 협의 후 세부 규정을 정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의 동의 여하에 따라 ESG 지표의 정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척블루파워와 비슷한 사례가 추가로 발생할 것을 우려해 유관 기업은 물론이고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지나치게 빠듯한,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이는 규정에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가령 지속가능 연계채권(SLB)을 도입하거나 ESG 지표 적용에 유예기간을 두는 대안도 내놓고 있지만 환경부는 일시에 탈석탄을 달성하는 지표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술한 규정을 보여주는 예는 또 있다. 보유 건물 내에서 태양열 발전기 도입을 추진 중인 기업들의 이야기다. K-ESG는 보유 건물의 친환경 지수를 점수로 매겨 ESG 지표에 반영하고 있다. 기업들이 더 높은 ESG 점수를 받기 위해선 보유 건물의 일광 반사량을 고려해 외벽 자재를 선택하고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전력 효율을 높여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업은 업종 전환 내지 확장을 해야 한다는 맹점이 드러났다. 종전의 사업 목적인 임대업에서 나아가 발전업(전기·가스·증기 및 공기 조절 공급업 등)의 자격을 새로 취득하거나 신규 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생산성본부가 태양열 발전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지만 태양광 발전의 설치 및 운영사업자와 건물주가 불일치할 경우 ESG 지표를 부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거꾸로 말해 건물주가 발전업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SG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기업들도 이미 지난 시대에 개선했어야 할 것들을 이제야 고친다는 반성도 가져야 한다. 시대가 체질 개선과 환골탈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규제를 입안하는 주체의 충분한 숙고와 준비 과정이 선결 돼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시장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지표 적용 시점과 개선책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K-ESG가 불명확한 가이드라인으로 기업들에 허들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인도자 역할을 수행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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