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SK하이닉스가 오는 2025년까지 국내 금융회사에서 약 3조3000억원의 차입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차입금 용처는 해외 대규모 인수합병(M&A), 미래 사업 투자다. 대규모 조달 계획을 확정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한 인텔 낸드사어 인수자금 조달 우려도 다소 해소시킨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반도체 슈퍼싸이클에 따른 수익성 향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솔리스스테이트드라이브(SSD)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시장에도 나서는 등 낸드플래시 사업 확장에 본격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산업·수출입·농협은행과 협약을 맺고, 오는 2025년까지 최대 30억달러(3조3000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투자자금을 필요로 할 때 언제든 자금을 조달 받을 수 있는 형식이다.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인텔 낸드 부문 1차 클로징 시점에서 해당 차입금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작년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1차 클로징 시점에 지불할 70억달러(7조7000억원) 중 절반 가량은 차입금 등 외부조달을 통해 충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 인텔 낸드사업 인수 대금 마련과 관련해 우려를 표했던 만큼, 이번 금융권의 자금 조달 협력은 불확실성을 해소시켰단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의 작년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현금자산+단기금융상품)은 약 3조2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4분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벌어 들일 현금 유입량을 고려하면, 1차 인수대금 조달 여력은 충분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약 1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1분기의 경우에도 낸드 평균판매단가(ASP)를 마이너스 4% 가량으로 가정할 때 1조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수익 향상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올 하반기 1차 클로징 시점에서 차입 조달과 더불어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고려하면 자금 마련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인텔 양수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확장에도 서서히 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국내 소비자용 SSD 'Gold P31', 'Gold S31' 등을 첫 선보인 상태다. SK하이닉스가 소비자용 SSD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Gold P31은 PCIe(PCI Express)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비휘발성 메모리 익스프레스(NVMe) 방식의 SSD다. 비휘발성 SSD는 D램이 아닌,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활용해 만들어진다.
PCle 3세대 제품군 중 최고 수준인 3500메가바이트(MB)의 순차 읽기와 3200MB의 순차 쓰기 처리 속도를 자랑하며 전력 효율성도 타제품 대비 236% 효율적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176단 4D 낸드 양산을 앞두고 있다. 176단 4D 낸드는 SK하이닉스가 작년 12월 개발한 최신형 제품으로, 비트 생산성이 이전 세대보다 35% 이상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이 제품을 컨트롤러 업체에 샘플로 제공한 상태다. 올 하반기 기업용(B2B) SSD를 출시하는 등 응용처별 시장 확대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 왔던 만큼, 올해가 실적 반등을 위한 중대기로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이번 176단 4D 낸드 양산을 통해 SK하이닉스가 원가 및 경쟁력을 확보하고, 향후 인텔 낸드 인수에 따른 실적 외형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NAND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경쟁력에 대한 혁신"이라며 "176단 4D 낸드 양산시 업계 상위권 수준의 원가 및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SK하이닉스와 달리, 인텔 대련 팹은 지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 1차 인수 시점부터 중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수익성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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